[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구청장 재선을 위해 선거사무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에 대해 대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2017년 이흥수 전 인천동구청장의 재선을 위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 1400만원 가량을 기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구청장은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구체적으로 오씨는 이 전 구청장의 명의로 선거사무실을 임차해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 명목으로 14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오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전 구청장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오씨의 임대차계약 체결이나 보증금 지급 사실 등을 알았다거나 이를 허락한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정치자금을 기부받는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오씨 측은 "피고인이 이 전 구청장을 위해 사무실을 임차했다고 하더라도 이 전 구청장이 이를 전혀 몰랐던 이상 이는 피고인의 일방적 행위에 불과하고 기부행위가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정치자금법은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을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기부한 자와 기부받는 자는 이른바 대향범인 필요적 공범관계에 있다"며 "상호간에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행위를 해야만 위 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있고 정치자금법 위반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며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전 구청장이 임대차계약 체결 사실이나 보증금 지급 사실 등을 알았다거나 허락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대향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도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를 완료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향범이란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과 같이 2명 이상 참여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나아가 정치자금법에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피고인을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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