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상품 제조뿐 아니라 대금수수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영업활동이 함께 이뤄진 경우, 해당 공장을 임대한 세입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2019년 임대차보증금 2000만원, 월차임 200만원의 조건으로 2년간 이 사건 공장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해당 공장을 사업장소재지로 등록한 뒤 레이저용접 제조업을 영위했다.
계약 종료를 약 2달여 앞두고 B씨는 A씨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고 계약 기간 만료를 주장하며 건물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해당 공장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에 해당한다며, 자신이 계약 갱신 의사를 표시했기에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다면서 반환을 거절했다. 결국 A씨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르면 이 사건 건물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에 해당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건물의 부동산 등기사항 전부증명서에 표시된 주 용도는 '제조업'인데, 실제 건물 이용 현황에 따르면 일부는 용접 작업장이고 일부는 사무실로 구획·사용되고 있다"며 "피고는 해당 건물에서 용접 가공, 제조 및 납품행위 뿐 아니라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등을 발행·교부했다"며 이는 영업활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갱신 요구에 따라 임대차기간 만료일 다음날에 이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된다"며 B씨가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제조업을 목적으로 한 공장 임대차로 보일 뿐이고 이 사건 건물에서 상품 제조 등을 넘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함께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건물이 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되는 상가건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계약 종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건물이 상가건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이 사건 건물 대부분은 용접 가공 및 제조를 하는 작업장이고, 일부분이 그 외 업무를 하는 사무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피고는 별도의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고 이 사건 건물에서 대금 수수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함께 이뤄지고 있으므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하는 작업은 모두 일련의 영업활동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는 건물을 단순히 상품의 제조·가공 등 행위만을 위한 공장으로 사용할 의사였다기 보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용으로 사용할 의사였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 입장에서도 피고가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해 이 사건 건물을 공장으로 사용하는 이상 영업용으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결국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건물이 상품의 제조·가공 뿐 아니라 영리도 목적으로 하는 장소로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과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계약에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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