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고려아연이 내달 23일 있을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이사 총수 19인 제한 등의 안건을 확정하자 MBK파트너스 측이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뉴스핌 DB] |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함에 있어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주씩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MBK는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선임이 이루어지는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의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심적인 문제는 소수주주라고 볼 수 없는 최 회장이 의결권 기준 지분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MBK 측은 경원문화재단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 지난 10일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주제안한 것 역시 유사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으나, 고려아연과 같은 대규모회사의 집중투표제에 대한 정관 개정의 경우,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와 같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소위 '3%룰'이 적용돼 특수관계인 지분이 나눠져 있는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MBK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이해되나, 본건의 경우에는 1,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지는 주주제안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유미개발에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집중투표제를 시행하자는 주주제안도 발의했으나 법조계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법상 이러한 주주제안은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것으로서, 현재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는 상황에서는 집중투표제에 따른 이사 선임 주주제안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문제점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MBK 파트너스 측은 "이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더라도, 법률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소수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집중투표제 시행에 따른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돼야한다"라며 "최 회장 측의 주주제안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와 가치는 무시한 채 오로지 최 회장만을 위한 안건임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