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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준 이어 ECB도 값싼 유동성 ‘일단 멈춰’

기사등록 : 2012-03-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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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기대심리 우려, 출구전략 '만지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꺾어놓은 데 이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같은 대열에 동참했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후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끝으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취임 직후부터 금리인하와 1조유로를 웃도는 사상 초유의 장기 저리 대출 등으로 소방수를 자처했던 드라기 총재가 이른바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 연준-ECB의 발목을 잡은 것은

유럽중앙은행과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
애초에 전례 없는 주택 버블과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한 것은 값싼 유동성이었다. 저금리와 무한대로 레버리지를 창출하는 소위 금융공학이 맞물리면서 거품은 한계 수준까지 불어났다.

거품이 붕괴되면서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와 금융시스템 위기가 고조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정책자들이 꺼내든 카드 역시 값싼 유동성이었다.

미 연준이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2조 3000억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장기 금리를 누르기 위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ECB 역시 주변국 국채 매입과 장기 대출을 통해 형태는 다르지만 양적완화와 본질적으로 흡사한 유동성 방출을 공격적으로 단행했다.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미봉책일 뿐 실물경기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으나 연준과 ECB는 당장 발 등에 떨어진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및 이에 따른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됐고, 유로존에 대한 자신감 회복 신호가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EC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베런버그의 홀저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비둘기파 색채가 이날 크게 희석됐다”며 “추가 금리인하나 전례 없는 비전통적 통화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신호를 전혀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ECB가 오히려 일부 비전통적 완화 정책을 걷어 들이거나 심지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짐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연준 역시 3차 양적완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시행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버냉키 의장의 공식 입장이지만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 국채 버블 꺼지나..시장 반응은

위기 전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파티를 계속 즐긴다’는 식의 유동성 잔치는 버블 붕괴에도 지속됐다. 주택시장에서 위치를 옮겼을 뿐 중앙은행이 풀어낸 천문학적인 유동성은 또 다른 버블을 양산했다.

안전자산이라는 수식어와 유로존의 부채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 내외에서 유지되는 것은 버블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다.

지난해 7%를 웃돌며 시장을 긴장시켰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를 하회, 이날 장중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지난해 9월1일 이후 최저치인 2.93%까지 밀렸다.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보다 ECB의 ‘돈줄’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이밖에 상품 가격 역시 유동성에서 초래된 투기적 거래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대규모 유동성 방출이 멈출 경우 일정 부분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투자가들은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연내 3%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지나치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마셸 알렉산드로비흐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시장이 부양책에 중독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성장이 부진할 경우 기준금리를 1% 아래로 낮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ING 그룹의 카스텐 바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인플레이션 언급은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분데스방크를 다독이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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