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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M&A시장 멈췄나?

기사등록 : 2012-11-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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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가격부담에 대선리스크 '주저'

[뉴스핌=이강혁 기자] "위기가 곧 기회라고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죠. 정부 주도의 매각작업에는 가격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고요. 원매자들이 대선정국이 마무리되고 내년 경제상황을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군침 도는 대어급 M&A(인수합병) 매물을 두고도 대기업들이 선뜻 입질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M&A 시장에 매력적인 대형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대기업 원매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얼어붙은 경제상황이 부담이고, 경제민주화 화두도 불안감을 높인다.

사모펀드(PEF)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단적으로, 사모펀드는 30조원(6월 말 기준 약정액 34조4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굴리고 있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PEF투자액은 8조원을 넘어선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M&A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면서 "어떤 주인이 결정되느냐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대형 매물들, 연내 매각은 '글쎄'

5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M&A시장에는 대형 매물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쌍용건설 등이 새주인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미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곳도 여럿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웅진코웨이 등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그룹이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정밀실사를 벌이고 있고, KAI도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돼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웅진코웨이는 웅진홀딩스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세부사항을 조율하면서 막판 줄다리기 중이다.

하지만 이들 매물은 올해 안에 거래종결될 수 있을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글로벌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매물이 주체 간 인수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파는쪽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원하지만 경제상황을 고려해 낮은 가격을 원하는 사는쪽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다.

단적으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채권단 관계자는 "11월 중 계약을 체결하고 12월에는 거래를 종결하려고 계획하고 있지만 정밀실사 결과에 따라 일정이 조금은 늦춰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예상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도 "가격을 당연히 사자는 쪽에서는 더 깎으려고 하는거 아니겠냐"면서 "일정은 나와 있는 거지만 해외 네트워크 정밀실사 등 점검해야될 사항이 많아서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있는게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파슨(Parson) 손해배상 취소소송 패소도 1100억원 규모의 우발채무라는 복병 우려를 키우면서 매각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 공적자금 투입 대어들, 내년 초 노려봐?

시장의 관심이 높은 대형 매물 대부분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이 대표적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59.37%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양측이 매각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올해 내 완전한 매각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산은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당장은 매각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고, 캠코는 부실채권기금 반환을 목전에 두고 한시가 급하다.

캠코는 일단은 대우조선해양의 보유지분 19.1%에 대해 블록세일을 통한 단독매각을 진행중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현물반환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캠코는 금융위원회가 기금 청산 기간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적정가 매각 타이밍을 고심 중이다.

쌍용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각주체인 캠코(38.7%) 등 공동매각협의회가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일단 투자자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쌍용건설 유상증자에는 현재 국내업체와 해외 사모펀드 2~3곳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기금 반환이 급한 금융위에서는 현물(주식) 보다는 현금화 반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캠코에 보유 지분을 내년 2월까지 현금화해 반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FI(재무적투자자)가 주도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원매자를 찾아 마무리짓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FI에 옵션을 거는 것이 기업가치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서둘러 M&A에 나서기 보다는 대선 이후 내년 상반기를 노려보는 게 좋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경제민주화 화두..시장 경색 부추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성장과 신성장원 발굴에 M&A만큼 좋은 게 없다. 두산그룹이 식음료를 팔고 중공업 기업으로 체질 자체를 바꾼 것은 M&A 전략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위험요소가 많다. 금호아시나아그룹이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며 비상을 꿈꿨지만 금융위기 등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느 주체에게 인수되느냐에 따라서 향후 그 기업의 지속성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입찰은 인수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주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선정국과 맞물린 경제민주화 화두도 시장 경색에 한 몫한다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이 군침도는 매물을 두고도 원매자로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보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자체를 어떻게 해야될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나서기는 쉽지 않다"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의 중소 매물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런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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