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참석하실 걸로 생각했다. 아침에 전화 드렸는데 전화가 안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
16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불참에 대한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언급이다. 이날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며 관련공약을 총괄해온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15일)에도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관련된 서로의 이견에 대해 최종 협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측의 거부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전격 영입한 김종인 위원장과 박 후보와의 '정치적 결별'이 기정사실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박 후보-김 위원장 간 경제민주화 '이견'은 무엇?박근혜 후보가 16일 오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김학선 기자]
박 후보와 김 위원장 간 경제민주화 관련 이견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기존' 대기업의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문제 ▲대기업진단법 제정 문제 ▲중요 경제범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도입 방안 등이다.
이 중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것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는 문제다. 박 후보는 일관되게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므로 '신규' 순환출자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입장인 반면, 김 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는데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박 후보의 오해"라며 기존의 순환출자 의결권도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전날까지도 김 위원장은 박 후보측에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 후보측이 거부, 회동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이날 발표에서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문제 포함 3가지를 논의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민주화가 정치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헌법적 규범 내에서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면서 국민경제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관련,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것을 이제 와서 제한하면 기업 입장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된다"면서 발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어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관련해선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공정거래법 등의 개별법에 반영하고 법 제정에 대한 논의는 중기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요 경제범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침해 논란과 여론재판 가능성 등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박근혜- 김종인 정치적 '결별수순?'
박 후보가 이날 김 위원장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핵심 내용을 제외한 경제민주화 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제 둘 사이는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박 후보와의) 결별이 그리 간단하겠냐"고 한 발 빼기는 했지만 이제 양측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별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데 성공했지만 역시 막판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제는 김 위원장을 멀리 할 것이란 얘기다. 즉 선거를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강조해 중도층을 끌어오기보다는 성장도 강조하면서 기존 '집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 스스로가 이른바 '투트랙(경제민주화+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미 박 후보측에서는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 등 김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측근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날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자리에도 진영 정책위의장과 경제참모인 안종범 의원, 강석훈 의원이 김 위원장을 대신했다.
강 의원은 이날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추진단에서 제안한 정책들을 기본적으로는 다 받으셨고, 안받은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거나 규제 해소에 들어가는 비용만 많고 효과는 별로 없다고 판단한 몇 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