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삼성과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애플이 핵심부품인 iOS칩을 공급해 줄 파트너를 간절히 물색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모습이다.
현재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 운영체제인 iOS칩인 'A6'는 애플이 디자인하지만 그동안 삼성이 이를 대부분 생산, 공급해왔다.
◆ 채워지지 않는 삼성의 빈자리
3일 국내외 IT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생산물량에서 독보적인 수준이어서 그동안 애플 제품군의 성공에 적잖이 기여해 온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과의 특허침해 소송에 나서고 있어, 양 측의 관계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에는 특허침해 소송을 벌였던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와 전격 합의를 이뤄내면서 사실상 전력을 삼성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를 전후해 삼성은 애플에 공급하는 iOS칩의 납품단가를 약 30% 인상하겠다고 밝힌 뒤 애플은 관계를 사실상 중단해야할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 대만 TSMC, 막대한 투자 '리스크'
이 때문에 애플로서는 iOS칩의 생산 파트너를 새롭게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까지도 대만 TSMC가 삼성을 대체할 유력한 파트너로 지목됐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TSMC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자금력이다. 대략 새로운 설비투자에 대략 2~3조원이 들지만, 이를 조달한다고 해도 애플의 지원이 어떤 조건에서 이뤄질 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TSMC는 이미 PC용 그래픽칩 전문업체인 엔비디아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별도로 애플 iOS를 추가생산하기에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인텔과 공동 생산…파트너십 강화 전략
여기에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인텔을 끌어들여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05년부터 자사 PC모델인 아이맥(iMAC) 제품군에 인텔 칩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관계는 이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텔이 자체 x86칩 제품군의 파운드리를 활용, 애플의 ARM 시리즈의 생산에 내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애플의 입장만 투영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경쟁업체의 시장 영향력에 종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애플이 인텔과의 강력한 iOS칩 생산제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칩디자인과 시제품 개발에만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 중소 파운드리 투자로 자체라인 확보 가능성
이 밖에도 애플이 중소규모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하거나 공동투자해서 자체 생산라인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과 그간 애플이 걸어온 행적 등을 볼 때 애플이 자체 생산라인 확보는 애플의 경영 원칙에는 어긋나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일본 샤프에게도 디스플레이 부품 확보를 위해 공급자 금융으로 2조원 정도를 지원했다 회수가 불투명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이다. 아무리 막대한 투자를 하더라도 대량의 칩 물량을 일거에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체 또는 공동으로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단 시일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애플 신제품, '미국내 조립' 채택…전략적 변신?
애플은 최근 신형 아이맥 21.5 제품을 출시하면서 일부 '미국내 조립(Assembled in USA)'한 완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조립이란 '미국내 생산(Made in USA)'과는 달리, 부품의 절반 이상은 외국산을 쓰지만 조립은 미국 내 공장에서 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그동안 애플의 제품은 대부분 '중국내 조립(Assembled in China)' 형태로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택해왔다.
애플이 생산 비용이 높은 미국내 조립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IT업계 전문가는 "(애플의 리스크는) 결국 삼성전자와 같은 기술력을 갖춘 '믿을만한' 파트너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애플이 공급라인을) 적기에 찾지 못한다면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