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M&A(인수합병) 리스트에 오른 해외 금융회사가 많지만 인수 결정은 대단히 고통스럽다.”
시중은행 해외시장 담당 한 부행장은 해외진출이 왜 힘든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해외 IB(투자은행)들이 자주 찾아와서 인수 물건을 소개하고, 그러면 나름대로 검토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그룹 규모상 1조원대 물건을 찾지만 쉽지 않고 진출하고 싶은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은 현지 정부의 규제로 인수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업무 담당자의 이런 어려움 말고도 M&A 등 해외진출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진의 자신감이 부족한데다 단기 업적주의도 해외진출 부진의 한몫을 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거액을 투자했는데 자칫 ‘단기’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정부도 금융산업을 장기적 과제로 보고 육성책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해외에서 뚜렷한 성공사례도 없어 ‘자신감’도 부족하다.
실제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이사들이 반대했던 것도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한 그룹경영 부담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 인수과정에서 설계사들이 이탈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돌아오기도 쉽기 때문에 경영정상화도 쉽다”고 했다.
해외진출을 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속도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 자금조달 경쟁력 열세 ▲ 단기실적 위주의 성과평가 ▲ 현지인력의 낮은 활용도 ▲ 위험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흡 등 4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해외 시장서 글로벌금융회사들과 경합을 벌이는데 자금조달 능력에서 밀리다 보니 번번이 인수전에서 탈락하고 현지 네트워크도 없는데 실적을 강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뿌리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점포도 설립하자마자 국내서 사용하는 경영평가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ex, KPI)를 적용하다 보니 단기 실적만 올리기에 급해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고급인력 활용도 피하면서 2008년 말 외국은행 국내점포의 점포장 중 현지인이 66%에 달하는 데 반해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점포장은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금융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우리 금융회사들은 비교우위가 있는 국가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도 해외 진출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외교를 통해 진출 대상국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해 금융회사들의 수익기반 다변화와 해외진출을 위한 자본금 확충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해외진출을 지나치게 장기과제로 여겨, 천천히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불과 20년만에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했고 미국계 은행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전체자산에서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960년)에서 14%(1986년)로 급증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