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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 정부구성 실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사등록 : 2013-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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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 약진, 난맥상 고스란히 드러내

- 베르사니의 민주당이 하원 장악…상원은 다수당 없어
- 대연정 가능성도 희박…재선거 가능성 대두
- 승자 없는 삼파전, ‘경제위기+부패’ 등 국가적 난맥상이 원인
- 숨은 승자는 오성운동의 ‘그릴로’…민심 사로잡아 급부상


[뉴스핌=권지언 기자] 세간의 관심 속에 이탈리아 총선이 치러졌지만 정부 구성에는 실패해 이탈리아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이번 총선 양상이 경제와 정치 전반에 골고루 퍼져 있는 이탈리아의 난맥상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 25일 마무리 된 이번 총선에서 각축을 벌인 당은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당수가 이끄는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끈 중도우파의 자유국민당이다.

현재까지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할 경우 민주당은 하원의 제 1당이 확정되며 하원의석 630석 중 340석을 확보하게 된다.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양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상원에서는 다수당이 없어 연정의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대연정만이 유일한 카드이지만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이념이 대치되는 부분이 많아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재선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숨은 승자는 ‘베페 그릴로’…민심 사로잡아

이번 총선서 확보 의석수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상당 수의 민심을 사로잡음으로써 표를 분산시켜 결국 정부 구성 실패의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이다.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인 그릴로는 특유의 유머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국민들 가까이 다가섰고,긴축과 부정 부패에 지쳐 있는 민심을 사로잡은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오성운동은 상수도, 교통, 발전, 인터넷 이용 확산, 환경이란 다섯 가지 분야에 주력하며 부패한 정치 엘리트에 대한 대안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릴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27%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축소해야 하는 만큼 엄격한 긴축 추진을 내세운 민주당과, 재산세 환급 및 탈세자 사면 등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성매매 및 탈세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베를루스코니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신선한 대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방산업체 핀메카니카가 인도 정부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밝혀지는가 하면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치 디 시에나의 부정의혹, 에너지기업 애니(ENI)의 부패 혐의 등이 전해지기도 해 그릴로의 등장이 부동표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릴로에 대한 비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월 한 칼럼에서 그릴로가 정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잘 파고들긴 했지만 현재 이탈리아가 직면한 문제점에 대한 적합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당시 FT는 “그릴로가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촉구하고 있지만 유로존 탈퇴 시 수반될 급격한 통화 평가 절하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대안은 갖고 있지 않고, 지출 낭비를 줄여 부채 축소에 나서자고 주장했지만 계획이 너무 모호하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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