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및 증권업계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5조원 어치 회사채 상환에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나아가 새정부의 규제완화 기대감에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주저앉지는 않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한 건설사 직원은 "한정된 시장을 놓고 다투는 통신업과 달리 건설업은 한 지역에서 다른 건설사가 사업에 성공하면 분위기가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며 "30조원 규모의 용산 사업이 엎어져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건설경기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분위기라면 건설사들은 국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는 것이 그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용산역세권 개발에 직접 참여한 건설사도 용산 사업 무산이 건설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업에 지분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사원들도 관심있게 지켜봤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사업이 무산돼 건설경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군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 불렸던 30조원 규모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최종 부도 처리 됐다.> |
건설연구기관 및 증권가는 건설사의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용산 사업 부도로 금융권이 건설사에 자금을 공급하는데 더 엄격해지고 건설사는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며 "건설사는 신규 대출이나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연장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선 추가로 담보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올 한해 건설사 회사채 5조1000억원이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BBB급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58%를 차지한다.
신용등급 BBB급은 투자적격 등급의 마지 노선이다. 용산 개발이 무산돼 BBB급 건설사는 투자자가 투자를 꺼려 채권상환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다. 증권업계는 BBB급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 중 92%가 2년 이내 만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쇼크'에 이어 '용산쇼크'까지 겹쳐 건설사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증권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모 기업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웅진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사에 대한 신용이 경직됐다"며 "용산역세권 사업 무산으로 경직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