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주말 런던에 모인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일본의 '엔저(円低)'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용인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100엔대를 돌파한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주말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회원국들은 각국의 재정 및 경제 정책이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는 영국 재무장관이 발표를 전하면서 "G7이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해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는 기조로 보도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 성명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G7 재무장관들은 일본의 새로운 경제 정책이 엔화의 약세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주로 일본의 완화정책 등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기회복을 일구어낼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는 것.
G7 회동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회담에서도 G7 재무장관들은 환율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까지 가지 않는 이상 일본의 정책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G7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나 엔화의 약세에 대해 뚜렸이 비판하는 목소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100엔대를 돌파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논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공개로 회담이 진행된 만큼 일본의 정책에 대해 개별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앞서 지난 10일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G7 회담에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피하면서 경제를 부양하겠다고 언급한 점을 지목하면서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소프트패치' 국면서 열린 G7, 관심사는 경기부양
G7 회담을 앞두고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이 일본 엔화의 가파른 약세에 대해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이를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는데, 당장은 선진국들의 관심이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회복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앞섰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번 회담은 세계 경제가 다시 '소프트패치' 국면을 보인 가운데 이루어졌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회담을 마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이 아직 불균등하며, 세계 경기회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고 정세를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일본은행(BOJ)은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사용해서라도 세계 경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앞서 G7 정책당국자들은 일본의 전략과 이것이 환율과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외환시장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본 당국자들과 매우 집중적인 토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브리치오 사코만니 이탈리아 재무장관 역시 주요국 경기부양책에 대해 논의할 때 주목한 지점에 대해 "자본흐름과 환율 변화를 통해 다른 나라에 미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중앙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유동성에 대해 점차 우려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G7 회담의 또다른 주요 논의 주제는 금융 규제 개혁의 지전을 통한 금융안정성 확보에 있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회담 종류 후 기자들에게 부실 은행의 정리 방식에 대한 협의 등 포괄적인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ECB가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위한 대안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규제 개혁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각국은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체제를 만들고 또한 이러한 작업이 국제적으로 일관된 처리가 가능하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이 주제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였음을 시사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유로존 '은행연합(Banking Union)'의 실현 문제와 함께 은행 대차대조표 개선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졌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