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중동 국부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미국·유럽 등지의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데 반해 중동은 금융분야에 투자 공격을 퍼붓고 있다.
20일 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이 이번 주 내로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해 러시아 VTB은행의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VTB는 32억 달러 규모의 민영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노르웨이와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가 각각 최소 5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다.
QIA는 이번 투자로 VTB 지분을 5% 가까이 소유하게 돼 두 국부펀드의 지분율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식는 QIA의 도이체방크 투자 소식이 알려진 후 불과 3주만에 나왔다. 은행관계자에 따르면 QIA는 도이체방크에 최소 1억 유로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뿐만 아니다. 중동 국부펀드는 최근 고수익을 노리고 사모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최근 발행한 '인베스코 중동 자산관리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지역 국부펀드들의 사모투자 비율은 크게 늘었지만 부동산 및 인프라구축 관련 투자는 오히려 급감했다.
중동 국부펀드는 크게 '투자'국부펀드와 '개발'국부펀드로 나뉜다.
아부다비 투자청, 쿠웨이트 투자청이 속한 투자 국부펀드의 경우 안정성을 지향하며 자국 자산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개발 국부펀드는 자국의 고용증가, 기술발전, GDP상승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선호도가 높은 성향을 지닌다. QIA나 아부다비 무바달라 펀드는 개발 국부펀드에 가깝다.
보고서는 두 국부펀드 모두 사모투자 비율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개발 국부펀드는 작년 10%에서 올해 약 33%까지 투자 비율을 높였다. 안정성 위주의 투자 국부펀드 또한 작년 5%에서 올해 9%로 금액이 증가했다.
반면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는 소폭 증가하거나 급감했다. 개발 국부펀드는 3% 증가한데 그쳤고 투자 국부펀드는 작년 25%에서 올해 9%로 대폭 감소했다.
인베스코 중동법인의 닉 톨차드 대표는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사모펀드 역할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부동산 및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는 다른 국부펀드들과는 대조적"이라고 언급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 국부펀드들의 전체 자금 규모는 1조 8000억 달러로 글로벌 국부펀드의 3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중동 `개발`국부펀드와 `투자`국부펀드의 투자비율 변화 <출처 : Arabiangazette> |
인베스코는 또한 중동 국부펀드들이 사모펀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톨차드 대표는 "중동 국부펀드들이 사모펀드와 직접 경쟁을 펼치거나 대형 사모펀드와는 다른 투자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사모펀드 업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도 주목할 만하다"고 논평했다.
한편, 다른 국부펀드들은 글로벌 부동산시장 투자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해 1분기 미국 부동산에 6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을 투입했다. FT에 따르면 노르웨이 펀드는 2020년까지 부동산 투자 비중을 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화자산 투자에서 재무증권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부동산과 사모펀드와 같은 대안자산 쪽으로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