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06달러 선을 돌파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10일(현지시각) OPEC은 월례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가 후반 들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동의 정치적 혼란으로 공급이 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OPEC은 내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07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8965만 배럴에서 8964만 배럴로 하향 조정된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약 100만 배럴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수요 증가율로는 1.2% 수준으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OPEC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지지될 것으로 풀이했다.
OPEC은 내년 공급 역시 하루 평균 11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미국의 셰일 생산을 감안하면 수요 증가세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OPEC 이외의 원유 생산량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셰일 역시 현재의 생산량이 유지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OPEC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공급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근월물인 8월물은 2.99달러, 2.89% 오른 배럴당 106.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2주째 급감했다는 소식이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OPEC의 원유 생산량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OPEC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6월 하루 평균 약 31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리비아의 원유 생산은 주요 생산시설이 폭도들에 의해 습격당하면서 하루 평균 20만 배럴 가량 줄었으며 나이지리아의 역시 송유관에 대한 습격 사건으로 인해 생산량이 7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OPEC은 "올해와 내년 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치적인 불안요인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소요 사태는 당장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서방으로 향하는 원유의 주된 공급 라인이라는 점에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는 지난 2월과 3월 소요사태로 인해 일시 폐쇄된 바 있다.
한편 OPEC은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 흐름을 지목하면서 상품시장의 '슈퍼사이클'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슈퍼사이클 종료 관측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OPEC은 중국을 비롯해 신흥시장 상품업계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