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불과 3년 만에 판도가 변했다. 2009년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를 필두로 세계 시가총액 10권 내에 머물렀던 중국기업들이 주춤하거나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애플, 구글 등 미국기업들이 대신 들어 앉았다.
미국 증시 상승세가 전반적인 미국기업들의 약진을 뒷받침한 감도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10위권에 들어선 미국기업들은 기존 상위권에 속했던 기업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투자자들의 선택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다.
2009년 및 2013년 세계 시가총애 상위 기업. <출처 : The economist> |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무려 9곳이 미국기업이다. 과거 10년 전부터 꾸준히 10위 권에 들었거나 10위 권 근처를 유지했던 기업은 엑슨모빌, 제네럴 일렉트릭(GE), 존슨앤존슨 단 3곳 뿐이다. 시가총액 1위인 애플(4417억 달러)를 비롯해 구글(2926억 달러), 버크셔 해셔웨이(2854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730억 달러), 월마트(2430억 달러), 쉐브론(2385억 달러)이 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차지했다. 2009년에도 10위 안에 들었던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도 순위를 지켰다.
3년 전 1위 자리를 지켰던 페트로차이나는 10위로 추락했다. 한때 1조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던 페트로차이나의 시가총액은 현재 그때의 3분의 1에도 못미친 2330억 달러로 급감했다.
유럽기업들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10위권 내에선 일찌감치 밀려났을 뿐더러 50위권에도 불과 4곳(네슬레, 로슈, HSBC, 브리티시페트롤리엄) 밖에 남지 않았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및 역시 스페인기업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등이 약진하기도 했으나 반향은 미미했다.
미국경제 회복세, 금융위기로 인한 유럽의 부진,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둔화가 기본적으로 이런 변화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자원배분 효율성 높고 주주친화적 운영이 가능한 민간기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특히 민간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미국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유럽의 대형 국영기업들은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를 등에 업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면서 부진을 나타내거나 부패 및 비리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최근 전현직 고위 임직원들이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임원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증시에서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10억 달러가 증발해 버렸다. 더불어 이달 초에는 미국 투자자들에게도 재무제표 조작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가즈프롬이 매년 뇌물로 사용한 액수가 4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즈프롬이 "러시아 정부의 밑에서 국제 에너지산업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실패했다"며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영기업들이 득세했던 과거에 비해 이들 국가들에서도 민간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의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와 인터넷기업 텐센트다. 알리바바는 최근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며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은 약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텐센트 또한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경쟁 인터넷기업인 페이스북(1035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