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최근 낮은 금리 환경으로 호주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들썩이면서 호주 연방준비은행(RBI)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지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2분기에 호주의 주택가격은 5% 이상 상승하면서 3년래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 역시 시드니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언론들도 연일 시드니와 멜버른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일 RP데이터 리스마크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9월 현재 시드니와 멜버른의 주택가격은 2010년 부동상 호황기에 기록한 최고치를 이미 돌파했다.
보고서를 제출한 RP데이터 분석담당 이사는 최근 오름세가 '기술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시드니의 주택가격은 9월에만 2.5%나 급등했다. 3분기에도 5.2%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멜버른도 9월에 2.4%, 3분기에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일부 기관에서 내년까지 주택가격이 20% 이상 오를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내년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상승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고 이를 완화시키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주택 가격의 오름세를 예상하면서 주택이 다른 자산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신청 건수가 26%나 증가하면서 6년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대출 증가율은 이에 절반 수준의 증가세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웨스트팩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3개월 동안 투자자 신용 증가율 연율로 7.1%에 달해 지난해의 5.1%에 비해 강화됐다. 신규 대출도 증가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최근 저금리에 모기지 보유자들이 조기상환 노력을 기울인 것도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08년 당시 상황을 지목하면서 호주 정부에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무분별한 주택 시장에 대한 대출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호주 중앙은행 역시 지난주 주택구매에 투기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면서 은행권이 너무 방만하게 모기지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앙은행은 만약 주택가격이 갑자기 급락하면 이런 투기적인 움직임이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호주 중앙은행 스스로 지난 2년간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투기적인 여건을 조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상품시장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주택 소유자들은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소비 및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가파른 부동산 가격을 점검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커먼웰스 은행의 마이클 블라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거품을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둘 중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출처: 시드니 모닝 헤럴드 |
한편, 호주 주택가격 상승세는 시드니와 멜버른 등 대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된다. 광산업 호황기 때 급등했던 퍼스 지역의 주택가격은 3분기에 1.3% 상승하는데 그쳤고, 캔버라의 짒갑은 9월에 되레 0.7% 하락했다. 호바트와 다윈, 아델레이드 등 지역의 짒갓도 각각 2.0%, 2.5% 및 1.1% 하락률을 기록했다. 브리즈번에서도 최근 1년 사이 1.1% 오르는 데 그쳣다.
이에 따라 최근 호주 주택가격 급등은 전국적이 아닌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