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당분간 미국 유럽 주식이 최고라는 컨센서스가 지배적인 가운데, 하지만 전 세계 증시가 2년 동안 제대로 된 조정국면 없이 강세를 보인 것은 한 번 되돌이켜 볼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디폴트 우려를 키웠던 연방정부 셧다운과 부채한도상한 증액 협상 등이 무사히 해결되며 악재는 모두 사라진 듯 하다. 혹여 경제지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도 시장은 이를 미국의 양적완화 연장 가능성 확대로 해석하며 연일 '사자(BUY)'를 외치고 있다.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더구나 최근 2년간 세계 증시는 약 2~3% 수준의 미약한 하락 장세는 있었으나 10~20% 가량 하락하는 진짜 조정(correction) 없이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이 같은 상승세가 어느 순간 꺽일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트: MSCI WORLD Standard |
그 동안 유로존 경기침체와 미국 정부 셧다운, 재정절벽, 대통령 선거 등 수많은 악재와 증시 불안 요인이 있었지만 글로벌 증시는 매번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해 왔다. 넘치는 유동성과 제로(0) 수준의 낮은 이자율, 경기 회복과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의한 기업들의 이익 개선 등이 이 같은 강력한 증시 상승을 이끌어 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상승 장세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22일 자 CNBC뉴스는 지난 25년 동안 지금과 같은 강력한 상승장이 2번 있었는데, 그 상승세가 꺽이는 시점에선 상당한 수준의 주가 급락을 동반했다는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90년 10월부터 1997년 10월까지 진행됐던 글로벌 상승 장세는 1997년 10월 27일 아시아 외환위기와 함께 끝났다. 그날 하루에만 미국 증시는 7% 가량 급락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2000년부터 3년에 걸친 약세장이 오기 전 1998년과 1998년엔 상당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한번의 강한 상승장은 2003년 3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진행됐다. 이후는 현재 투자자들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에서부터 시작된 미국의 모기지 사태와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은 글로벌 증시에 큰 파장을 미치며 급락장을 연출했다.
최근 유력 월가 금융 주간지인 배런스(Barron'S) 역시 '상승장을 경계하라'며 "타임지 커버에서 황소 사진을 보는 것은 투자자들에겐 죽음의 키스와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 역시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최근 미 증시의 강세가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매수 기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파버는 특히 "미 증시의 상승세가 지난 2009년 3월부터 시작됐다"며 "상승장이 시작된지 4년이 넘어 주식은 더 이상 싸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1~2년간 증시에 들어올 자금이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증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SCM프라이빗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알랜 밀러는 "지난 3달간 이어진 유럽(증시)의 유토피아는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러 CIO는 "요즘 들어 모든 투자전략가들이 매일 유럽 증시에 대한 한 가지 전략(매수)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관들 역시 갑작스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세장에 대한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며 "나는 이 때문에 유럽 증시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BGC브로커스의 마이크 잉그램 애널리스트는 역시 "유럽 증시의 반등 여력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최근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미국의 정책 혼란에 따른 유로화 강세, 미진한 기업 실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조정 없는 강력한 상승 장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스포크그룹의 폴 히키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강한 상승장이 2018년 10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0년에서 1997년 사이 나타났던 것과 같은 강한 상승장이 현재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