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캐서린 애쉬튼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각국 협상 대표. [출처 : Xinhua/뉴시스] |
다만 이번 타결안이 6개월이라는 이행 기간을 뒀다는 점에서 핵문제가 완전한 합의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도 꾸준한 협의가 진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한 내에 이란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어렵게 도출된 합의안이 다시 백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24일 유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상임시아국 및 독일(P5+1)과 이란은 20일부터 이어진 협상 끝에 이란 핵개발 생산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6개월 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타결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농도가 5%를 초과하는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이미 보유중인 20% 이상 우라늄은 중화시켜 5% 미만으로 떨어뜨리거나 산화시키기로 했다. 더불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고 아라크시 중수로 건설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서방측은 이란에 대한 경제 체제를 한시적으로 일부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미 백악관이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우선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제를 완화시켜 동결됐던 42억 달러 규모의 석유 관련 자산이 이란 정부로 돌아가게 됐다. 또한 금, 귀금속, 자동차, 석유화학 부문 거래도 완화해 이란은 이로 인해 약 15억 달러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재 완화로 이란이 얻게 될 총 경제적 가치는 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및 외신들의 분석이다.
다만 언급되지 않은 이외의 제재 사항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은 제재가 지속되며 원유와 관련해서도 수출량을 늘릴 수 없다. 이로 인해 이란이 입을 매출 손실 규모는 매월 5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극적으로 타결 국면을 맞았지만 아직 완전한 합의가 성사됐다고 볼 수는 없다. 우라늄 생산 중단 및 보유량 축소에 동의했지만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은 합의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 권리에 대하서는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 차관은 합의안이 나오기 전 "98%는 합의됐다"면서도 "이란의 우라늄 개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최종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6개월이라는 시간도 이번안이 완벽한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간 내에 이란이 약속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의안은 언제든지 무효로 돌아가고 대이란 제재도 다시 원위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간 끌어왔던 이란과의 냉전 기류가 해결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일단 대부분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이란간 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위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스위스 제네바로 날아가 협상을 지원하는 등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보여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락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됐다"고 평하며 협상에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협상단들의 건설적인 포용과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새 지평을 열였다"며 타결을 환영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출처 : AP/뉴시스] |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였다. 올해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양국간의 관계는 조금씩 긴장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이란 핵협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펼쳐왔던 이스라엘은 이번 결정에 큰 반발의 뜻을 내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합의에 대해 "역사적인 실책"이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한 "이번 결정으로 전 세계는 더 위험하게 됐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은 이러한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