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베트남에서 우리 금융회사가 큰 돈 벌 기회가 열린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주식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9%에서 60%로 확대하는 법안을 올해말 혹은 내년 초에 통과시킬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 금융지주회사나 몇몇 대형 증권사는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던 것처럼 기회를 잡게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 기업에 투자를 했지만 지분제한에 막혀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 총리 딸이 회장인 VCSC, "총리 승인만 남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를 통해 입수한 베트남 최대 증권사인 비엣캐피탈증권(VCSC)이 발행한 ‘외국인 지분보유법안 곧 통과(foreign Room will soon be passed but there are still limits)’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49%로 돼 있는 외국인 주식지분(의결권 주식) 한도를 60%로 확대하자는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여 담당 장관에게 법안을 제출했다.
VCSC는 “장관이 2013년이 끝나기 전에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발언을 전하며 "법안이 통과되면 중기적으로 M&A를 노리는 외국 자본에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안은 응웬 떤 중(Nguyen Tan Dung) 베트남 총리가 승인하면 발효된다. 응웬 총리의 딸인 응웬 단 풍(Nguyen Thanh Phuong)이 보고서를 낸 VCSC의 회장이다. VCSC는 홍콩 파이낸스아시아지(誌)로부터 2012년, 2013년 연속 베트남 최우수 투자은행으로 선정됐다.
우리투자증권 베트남 현지법인인 우리CBV증권 관계자도 “외국인 지분보유 한도 확대 법안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계획은 있다”고 확인해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가증권위원회 시장개발 책임자 응우옌 성씨는 지난 8월 19일 전자 메일로 “외국인 지분보유 한도가 완화되면 외국인 투자가는 제한 없이 회사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 보유 비율을 현행 상한의 49%에서 최고 60%로 올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업종이 제한을 받을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베트남 당국은 해외 투자를 주식시장의 성장 열쇠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월 21일자 보도에서 최근 베트남 정부의 규제 완화로 경제가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베트남의 매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증시 VN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22% 올랐으며 외국인들은 베트남 주식을 2억850만 달러를 순매수했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베트남증시는 8년 연속 외국인 순매수세다.
◆ 현지 금융사 인수, 베트남 펀드 '호재'
우리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베트남 펀드가 당장 호재를 만났다는 평가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아픈 기억이 있는 베트남펀드가 반전 기회를 잡은 셈이다.
베트남 펀드 원조 격인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이나 동양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출시한 펀드가 있다.
무엇보다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M&A가 손쉬워졌다는 점이 글로벌IB(투자은행) 도약을 노리는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호재다. 우리 금융지주사는 현지 은행 인수에 관심이 많았지만 49%룰에 막혀 경영권 인수가 불가능했다. 성세환 BS금융지주 신임 회장은 “베트남 현지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했다.
베트남에 현지 합작법인으로 진출했다가 이익실현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래에셋, 골든브릿지,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은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들 기업은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49%의 지분을 획득해 매각이나 차익 실현에 어려움이 많았다.
금융지주사 계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수년 전에 외국인 투자 지분 규제를 푼 것처럼 베트남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철저한 현지 조사 없이 나섰다가는 과거 베트남 펀드의 실패를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