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애플이 중국 최대 이동통신회사 차이나모바일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해왔던 삼성전자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부터 차이나모바일을 통한 아이폰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애플이 삼성과 동일한 위치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 간의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차이나모바일은 7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중국 최대 이통사로 내년 1월 17일부터 아이폰5S 및 5C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으로 애플이 내년 최소 1500만대에서 25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해 중국 내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그간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던 삼성의 위치도 조만간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연구책임이사는 "중국 이통3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모두 아이폰 공급에 나서면서 가격전쟁을 점화시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 증가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운터 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삼성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7%, 애플은 12%를 기록했다. 강 책임이사는 이 차이가 내년 1~2월 중으로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테크놀리시스 밥 오도넬 수석연구원도 "이번 거래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이라며 "중국기업이 아닌 해외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을 애플이 대거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 또한 중국 시장 내 애플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강 책임이사는 "(중국에서) 대화면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삼성이 더 고급화된 제품을 통해 애플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아예 200달러 수준의 저가폰 판매를 통한 적하효과를 노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반면 이번 계약 체결 소식이 애플의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겠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엔델 그룹 롭 엔델 수석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판매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가격을 내리면 판매가 증가하는 대신에 이익 마진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이런 점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 판매량 증가 혜택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