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대만 위안다증권이 동양증권 인수를 눈 앞에 뒀다. 매물 가치 논란이 적지 않은 동양증권 인수 후 위안다증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 지는 시점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동양증권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위안다증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안다증권은 지난 4일 인수의향서(LOI)에 이어 그저께 동양증권 인수 본입찰에서도 단독으로 입찰서를 낸 바 있다.
동양증권 매각이 위안다증권의 인수로 일단락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위안다증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양 사태'로 인한 소송 건 및 예탁금 이탈 등으로 인해 동양증권의 인수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위안다증권은 초지일관 인수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고위 관계자는 "단독 입찰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며 "동양증권을 굳이 사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위안다증권은 기본적으로 동양증권의 가치를 높게 봤다는 입장이다.
위안다증권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동양증권 인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위안다증권은 대만의 금융그룹 위안다 파이낸셜 홀딩스(Yuanta Financial Holdings)의 계열사로 지점 180여 개, 직원 9000여 명을 거느린 대만 1위 증권사다. 대만 내 3대 증권사를 비롯해 몇몇 증권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에 위안다증권의 이번 동양증권 인수를 두고 시장은 좁은 대만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아시아 금융의 으뜸 기업’을 기치로 해외 시장 진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에는 LG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한국시장 진출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우려가 있다면 과거 론스타 사태 등에서 봤듯이 위안다증권의 동양증권 인수가 또 한 번의 '먹튀' 논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 한 관계자는 "당국에선 과거 론스타 사태 등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인수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분위기였다"며 "반면, 동양증권 경영진 측의 입장에선 구조조정 위험 등을 생각해 국내 회사보다 외국 회사를 선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영 터무니없진 않아 보인다. 벌써부터 동양증권에 대한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어서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으로 650명을 감축한 바 있다.
매각에 관여하는 실무자나 업계 관계자들은 위안다가 인수 후에 경영효율화를 위해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 등을 거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을 전했다.
인수가 부담도 크지 않다. 위안다증권은 동양증권 인수가로 1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동양증권이 인수자를 대상으로 실시 예정인 15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에 위안다증권이 참여키로 결정한다면 인수가는 총 25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달 기준으로 동양증권 자기자본은 9664억원이다. 1500억원 유증이 완료되면 1조1164억원이 된다.
업계 IB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2500억원이 되겠지만, 유증 1500억원은 동양증권 자본으로 들어가므로 결국 1000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회사를 손에 넣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