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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일촉즉발 '크림전쟁' 어디로

기사등록 : 2014-03-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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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독일 해결사 역할 강조

[뉴스핌=주명호 기자]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근 미국과 유럽 대 러시아라는 신냉전구도를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며 회복기미를 보이던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왜 시작됐으며, 문제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재정파탄으로 인한 외부 원조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전부터 깊게 파인 동서 간 지역갈등이 이면에 깔려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서부 중심의 야권(반정부 시위대)이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여권 정부를 무너뜨리자 러시아는 즉각 군사행동에 나섰다. 러시아는 대표적인 친러지역인 크림반도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했으며, 의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 요청도 즉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러시아가 내세운 군사 개입 명분은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보호다. 러시아계 주민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만큼 러시아는 나름 정당한 목적을 표방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 러시아의 속내는 흑해를 장악할 수 있는 크림반도를 비롯한 동부지역의 편입, 나아가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 유지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을 뿐더러 주요 천연가스 수출로이기도 한 우크라이나를 서방세력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유럽연합(EU)의 대항마로 푸틴이 구상하고 있는 유라시아연합(EAU)의 기반 강화를 위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이를 통해 과거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던 냉전시대 구소련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게 푸틴의 궁극적 목표다.  

◆ 우크라, 이전부터 골깊은 지역갈등…'예견된 분열'

우크라이나는 오래 전부터 친러성향의 동부와 천서방성향의 서부로 나뉘어 갈등을 지속해왔다. 역사적으로 다른 행보를 걸어온 두 지역은 러시아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다르다. 소련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서부와 달리 지역적으로 가까운 동부는 러시아를 우호적으로 여겨왔다.

동부에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것도 이런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소련의 영토였다가 할양 받은 크림반도의 경우 러시아계의 비중이 58.3%나 되며, 반도에 위치한 세바스토폴시는 70%가 넘는 인구가 러시아인이다.

두 지역 간 갈등은 지난 2010년 대선 결과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동부는 지난달 러시아로 피신한 친러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진 반면, 서부는 율리아 티모센코 전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야누코비치의 근거지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경우 득표율이 무려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2010년 우크라이나 지역별 대선 결과. 서부(티모센코)와 동부(야누코비치)로 극명히 갈렸다. [출처 : Wikipedia]

야누코비치의 실각 이후에도 동서 지역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최악의 국가 분열 사태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동부가 뚜렷한 친러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부터 분리독립을 외쳐온 크림반도를 제외하면 우크라이나계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 또한 분열은 원하지 않고 있다. 주요 공업도시 등 우크라이나 산업 경제 중심이 동부로 쏠려 있어 동서 분열시 서부 우크라이나가 한순간에 유럽 최빈국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 'G3체제' 노리는 푸틴, 쉽게 물러설까

지난달 23일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결국 탄핵되자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개입에 착수했다. 2월 25일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 의회대표단이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을 전격 방문해 병합 요청시 신속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크림반도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해 군사 충돌 가능성을 키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 AP/뉴시스]

푸틴의 이런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친서방세력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천연가스의 절반이 우크라이나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만큼 친서방정권이 들어설 시 관리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더 큰 목적은 유럽내 EU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러시아의 국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5년 출범을 목표로 동유럽 경제연합인 유라시아연합(EAU)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은 카자스흐탄, 벨라루스가 가입국이 될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과 아르메니아 등도 가입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과 함께 3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게 푸틴의 목표다.

우크라이나 또한 당연히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숨은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150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도 경제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로 수출되는 천연가스 가격도 기존의 3분의 1로 인하시켜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푸틴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군사개입 명분으로 내놓은 자국민 보호에 대해 쉽게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및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철수를 촉구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약한 만큼 철수 명분으로 내세우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국 군사적 해결보다는 경제적 제재 등을 조건으로 한 협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EU의 역할은?…독일 행보가 관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 XINHUA/뉴시스]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EU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EU의 지원 행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재정위기도 숨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일(현지시각) EU는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통해 약 10억유로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해 향후 구제금융이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행보가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제재를 놓고 찬반이 뒤섞인 EU내에서 독일은 유일한 대화 창구로 러시아와 소통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푸틴과 협상을 통해 지난 2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 설치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반면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독일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닐 전 회장은 CNBC에 출연해 "군사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독일이 러시아 경제제제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경우 국제사회 긴장이 더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도 독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앞장서서 제재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리아 사태 등 다른 산적한 국제 문제로 인해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설 여력이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설정(ADIZ)으로 동아시아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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