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국유 원유운반 업체인 창유(長油)의 증시 퇴출이 임박한 가운데, 또 다른 국유 해운업체 창항펑황(長航鳳凰)도 영업 적자 지속으로 상장 폐지될 상황에 몰리는 등 해운업체가 줄줄이 경영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창유는 연이은 실적 악화로 특별관리종목(ST) 종목으로 분류, 중국 증시에서 중앙 국유기업 상장사의 첫 퇴출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2007년 자본시장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국유기업 배경이라는 이유로 자본시장의 각광을 받았다.
ST창유의 정식 명칭은 '중국장강항운그룹남경유운유한공사(中國長江航運集團南京油運有限公司, 600087)'로 모회사가 중국외운장항그룹(中國外運長航集團)이라는 국유기업이다. 원유와 완성유를 운송하는 것이 ST창유의 주요 사업 내용이다.
ST창유가 한 때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이 업체가 국유 기업이라는 점 외에도, 중국의 석유 수입 증가에 따라 영업 실적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 때문이었다.
한 투자자는 "석유 운송은 일반 민영기업이 종사할 수 없는 분야인 데다, 신에너지가 석유 자원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ST창유의 성장성이 밝다고 생각했다"며 투자 이유를 소개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 운송 업계 불경기로 ST창유는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1859만 위안(약 31억원) 이었던 적자가, 2011년 7억5400만 위안, 2012년에는 12억4000만 위안, 2013년 59억2000만 위안까지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ST창유는 지난 4년간 80억 위안(약 1조34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지난 4년간 일평균 1622만 위안에 달하는 적자를 낸 셈이다.
이에 현재(2014년 초 기준) 15만명에 달하는 ST창유 투자자들은 상장 폐지로 보유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 십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심지어 거액의 은행 대출까지 받아 ST창유에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는 국유기업인 이 업체에 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31일 상하이(上海) 푸둥신구(浦東新區)에 위치한 상하이증권빌딩 정문에서는 중소 투자자의 권익 보호를 요구하는 ST창유 투자자들의 집단 시위가 있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ST펑황은 지난 몇 년간 선박 건조에 열을 올렸으나, 경기 둔화에 따라 항운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생산 과잉으로 부채가 크게 늘었다.
2006~2011년 ST펑황의 자산부채율은 64.23%에서 97.38%로 급증, 2012년 1분기에는 자산부채율이 100%를 넘어섰다.
급격히 늘어난 부채로 ST펑황은 2013년 하반기 36척의 선박을 매각하는 등 채무 상환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각각 8억8300만 위안, 18억8000만 위안의 적자를 낸 이 업체는 2013년 4월 ST종목으로 분류, 곧 발표될 2013년 영업 실적이 흑자 구조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잠정적으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한 항운업계 관계자는 "2008년 전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대외무역이 활기를 띄고 화물 물동량이 넘쳐나 항운 수요가 많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항운업계 수요는 크게 줄고 생산과잉 문제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증시의 특별관리종목(ST종목)은 한국의 관리종목과 유사한 개념이며 특별관리(special treatment)의 이니셜인 'ST' 를 기업명 앞에 붙인다.
해당기업의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거나, 회계감사 결과 '부적정' 의견을 받고, 회계상 비정상적 행위가 드러나면 ST 종목으로 지정된다.
또한 회계상 중대한 과실이나 비위사실이 발견되거나 연간 사업보고서 및 반기보고서를 정해진 기간 안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상태가 훨씬 나쁜 상황에 빠진 종목에는 '*ST'를 붙인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