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종민 기자]일명 김영란법(국민권익위원회 부정청탁금지법 원안)이 본격적인 논의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일부 항목에 대해 여야가 잠정합의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여당 의원들이 이견을 제시했다.
부정청탁금지 규율 대상, 금품수수에 대한 과태료 기준,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에서 이견들이 나왔다.
◆與 "원안 모두 받아들일 순 없어"…野 "김영란법 원안 대로 가자"
법안심사소위는 ▲ 부정청탁금지법 정부안 ▲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안(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안 ▲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의 공직수행 투명성 보장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률안 등 총 4개의 발의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국민권익위 원안과 추가 수정안은 참고자료로 채택됐다.
논의 초기 여야는 부정청탁금지 규율 대상으로 국회·정부기관·공기업 등 공적 영역을 넘어 사립학교·방송사 등 사적 영역에 까지 범위를 확대키로 잠정 합의하는 듯 했다. 당초 정부안은 130만명 정도의 국민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합의에 따르면 200만명 이상에게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품수수금지 부분은 김영란법 원안으로 합의점을 이르는 듯 했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해충돌의 개념·규정·방지책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이 추가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용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여야가 지적한 부분을 두고 국민권익위가 새로운 대안을 가져올 것"이라며 "부정청탁의 개념·행위 유형을 정리해오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논리적으로 안 무너지도록 예외 규정을 명확히 해오라고 했다"며 "당초 법안 취지는 고위공직자의 부정청탁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척 조항 역시 문제였다. 적용 대상자들의 직무 범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직무 범위가 정해짐에 따라 이해충돌 부분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여야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법안소위를 재개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與野 왜 전면에 김영란법?
부정청탁금지법 논의의 시작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떡검(떡값 받은 검사), 벤츠 여검사(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벤츠 승용차를 받은 여검사),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등이 불거지면서 공직사회 부정청탁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김 위원장 재직 당시 권익위는 '공직자가 직무상의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 등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일체의 금품을 받거나 요구 및 약속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입법 예고안을 내놓았다. 2012년 당시 각 부처에 입법 예고안이 전달됐고, 기존 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정청탁금지법 정부안이 지난해 8월 도출됐다.
기존안은 청탁금액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품 가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금품 가액이 100만원 이하이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포함됐다.
수정된 정부안은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손질됐다. 정부안은 '공직자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해 금품을 받을 경우, 대가 관계를 갖지 않아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한다'고 정했다. 그 외 경우에는 해당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김영주과 이상민 의원안은 권익위 원안을 기초로 부정청탁 금지 부분에서 내용을 달리했다.
김 의원안은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 금지를 명문화하고, 제제수위는 행위 주체에 따라 과태료 부과를 담았다.
이 의원안은 제3자 및 이해당사자의 직접 청탁도 금지했으며, 부정청탁행위에 대해 형벌이나 과태료 부과를 주장했다.
아울러 김의원은 액수에 따라 직무관련성을 구분, 100만원 초과 금품은 형벌에 처하고 100만원 이하 금품은 과태료 부과를 명문화했다.
이 의원안은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100만원 초과 금품에 대해 형벌과 100만원 이하 금품에 과태료 부과를 포함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