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해 4분기 미국 증시에서 헤지펀드 거장 조지 소로스의 과감한 역발상 투자가 적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 <사진:AP/뉴시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최근 공시 내용과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 237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포트폴리오의 총액도 117억7000만달러로 3개월 전인 91억4000만달러에 비해 28.8% 늘어났다.
◆ 美증시 하락에 풀 베팅…큰 폭 수익 챙긴 듯
소로스는 지난해 말 3개월간 미국 증시의 급등 흐름을 추격하면서 적잖은 거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연말 시점에서의 투자 결정이다.
소로스는 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지속하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하락에 베팅, 단기에 S&P 500 지수의 매도 포지션을 대거 늘렸다.
소로스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S&P 500 SPDR 풋'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5.14% 비중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나 3개월 동안 이를 11.12% 수준으로 과감히 끌어올렸다.
헤지펀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단기 10%가 넘는 비중 투입은 사실상 승부를 건 풀베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 당시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는 지수의 추가상승에 대한 장밋빛 낙관론이 지속되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소로스의 투자는 적중했고 불과 한달 만인 지난달 갑작스런 신흥국 통화위기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하면서 지수 급락에 따라 만족스러운 이익을 챙기고 물량을 청산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에너지업종 매도 포지션도 성공적
소로스는 같은 기간 에너지 업종에 대한 매도 포지션에도 과감한 베팅을 추구했다.
이 역시 주식시장 주요 지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와 비슷한 전략이었다. 최근까지 낙관적이었던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면 에너지 가격의 탄성이 둔화하거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에 과감히 매도 쪽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소로스는 지난해 말 현재 에너지 업종 주요 종목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셀렉트섹터 SPDR에너지(XLE) 풋을 전체 투자비중의 3.38%까지 높였다.
에너지 업종 ETF의 풋 포지션은 3개월전에는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로스는 과거 에너지 섹터 대표기업인 쉐브론 주식의 매도포지션을 취한 바 있으나 이를 모두 처분하고 에너지 ETF의 매도포지션으로 갈아탔다.
이 투자의 결과 역시 지난 1월 지수 급락으로 인해 소로스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얻은 것으로 관측된다.
◆ 개별주 급락에 '몰빵'…투자수익 20%
소로스는 개별 종목에 대해서도 과감한 투자 행태를 보여 관심을 끈다. 소로스는 지난해 4/4분기 동안 세계 1위 제너릭(복제약) 업체인 이스라엘 테바 주식을 급격히 쓸어담았다.
당시 소로스의 테바 주식 매입가는 대략 37달러에서 41달러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바 주식은 48달러 초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5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소로스가 보유한 테바주식의 시장가치는 1억3631만달러(360만주)였으나 12월말 현재에는 4억3050만달러(1074만주)로 보유물량을 3배 가까이 늘렸다. 이는 현재 소로스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개별종목으로는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이다.
테바는 지난해 12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했고 일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경영진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과 자금난 등의 우려가 일시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소로스가 테바 주식의 추가매입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처럼 주가가 일시 급락한 시점이었다. 소로스 인수 소식 이후 테바 주가는 급등하면서 안정적인 회복세를 유지해, 소로스의 투자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테바 주식의 경우 3개월 전까지 자신의 포트폴리오 보유비중은 1.49% 수준이었으나 이를 3.66%까지 두배 이상 끌어올렸고, 현 시점까지 지속 보유시 약 20% 이상의 투자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 애플·GM 등 업종대표주 지분 늘려
이 밖에도 소로스는 애플과 같은 블루칩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몬산토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종 대표주와 씨티그룹 JP모간 등 안정적 실적확대가 예상되는 금융 대표주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반면 소로스가 지분을 처분한 업종을 보면 소비유통업종의 존슨앤존슨과 음료와인업체 컨스텔레이션브랜즈, 렌트카업체 허츠글로벌 등 경기회복시 수혜를 받는 소매·유통주 등이다.
이 밖에 러시아 최대 온라인 검색서비스 업체인 얀덱스와 에너지업종의 쉐브론 매도포지션 등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