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러시아 주식시장이 또 다시 급락세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사태로 서방의 제재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 3월 발생했던 급격한 자금 유출이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월부터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며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던 러시아증시는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다시 방향을 아래로 틀었다.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에 러시아 미섹(MICEX) 증시는 3일간 6.1%나 폭락하며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올초 이후 러시아 미섹(MICEX)지수 변동 추이. [자료 : Thomson Reuters] |
2월 말 이후로도 지수는 4.2%나 하락했으며 이 기간 상장기업들의 총 시가총액도 280억달러(약 28조6720억원)가 증발했다. 아직 3월 수준의 급락세는 펼치지지 않았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증시뿐만 아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6월 기준 4780억달러로 집계돼 2월 말 이후 150억달러가 줄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2011년 8월 이후 감소한 외환보유액 규모는 67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러시아 자산가들도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갑부 19명의 자산은 올초 이후 174억달러가 줄어들었다.
해외투자자들도 러시아로부터 자금 회수에 나섰다. EPFR글로벌은 2월말 이후 러시아 채권 및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간 해외 투자자금이 3억48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방 경제제재가 심화될수록 이 같은 흐름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에 사용된 미사일은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넘겨 받은 것"이라고 러시아 책임론에 무게를 더했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도 21일 러시아에 유럽연합(EU)이 더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여전히 높은 외환보유고와 견고한 재정상황, 낮은 부채 비중 등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 언제든 원상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급락 이후 미국 및 EU의 제재 완화 신호가 감지되자 러시아 증시는 4개월여 간 23%나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기준 러시아의 부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치인 79%에 크게 밑돌았다. 반면 외환보유 규모는 세계 국가들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