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러시아 기업들이 앞다투어 현금 자산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러시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의 제재 불안감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보유 외화를 홍콩달러 등으로 바꾸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2위 이동통신사업자 메가폰(Megafon)은 러시아 자사의 현금 보유액 60%를 루블화로 두고 나머지 40%는 중국계 은행을 통해 홍콩달러로 전환시켰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기업인 노릴스크 니켈과 천연가스 업계 2위 노바텍도 자사의 보유 외환 중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소재 서방계 은행의 무역자금 부문 관계자는 "기업들의 홍콩달러화 전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달러화에서 유로화 전환이 많았는데 지금은 홍콩달러화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의 높은 제재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르네상스캐피탈의 찰리 로버트슨 글로벌 수석연구원은 "메가폰 같은 내수 중심 기업까지 홍콩달러 대규모 보유에 나선 것은 꽤 놀라운 일"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신흥재벌들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메가폰의 소유주는 러시아 최대 부호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로 러시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졌다. 블라미디르 포타닌 인테로스 그룹 회장과 올렉 데리파스카 러시아알루미늄(RUSAL) CEO는 노릴스크 니켈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 서방의 제재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다.
노바텍도 최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노바텍 주주인 겐다니 팀첸코 볼가 그룹 회장은 미국으로부터 비자 발급 금지 및 자산동결 조치를 받은 기업인 중 한 명이다.
앞서 EU는 러시아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5개 은행에 대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 및 채권 판매를 금지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대상 은행은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와 대외무역은행, 가즈프롬방크,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 로셀크호즈방크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