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22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양적완화(QE)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졌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QE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팽배해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진 : 신화/뉴시스] |
ECB가 고심한 끝에 꺼내든 카드임에도, 이미 시장에 실시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이 공개됐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QE가 뻔한 결과를 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ECB가 ‘충격과 공포’ 요법을 이용해 시장을 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ECB가 스위스·캐나다 중앙은행이 보여준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지난 15일 유로화 약세로 인한 환율 방어 부담에 3년간 고수해오던 고정환율제(페그제)를 깜짝 폐지했다. 이후 스위스프랑이 전 세계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등 이른바 ‘스위스프랑 쇼크’는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캐나다중앙은행도 21일 유가 급락에 따른 영향을 우려해 6년 만에 기준 금리를 0.74%로 25bp 내렸다. 이후 캐나다달러는 1.5%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으며, 캐나다 주식시장은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FT는 “시장이 받은 충격이 컸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두 중앙은행이 유로화·유가 폭락에 선제적 대응을 펼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말이다.
반면 ECB는 이렇다 할 ‘서프라이즈’ 없이 시장이 전망한 시나리오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2일 양적완화 발표가 확실해졌고 매월 500억유로 규모로 최소 1년간 매입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이미 시장에 공개됐다.
때문에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 기대는 오히려 줄고 있다. 21일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이 내놓은 50억유로 규모의 독일 5년 만기 국채가 전량 매수되는 등 투자자들은 갈수록 주요국 국채에 몰리고 있다.
신문은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2000년대 중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오히려 떨어졌던 상황을 말한다.
시장의 불안감을 피하려던 예측 가능한 행보가 오히려 신용시장 붕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FT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올해 미국 경제가 회복돼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점”이라며 “만약 미국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ECB 노력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