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효과에 대한 논란은 시행 이전부터 투자가와 정책자들 사이에 뜨겁게 가열됐다.
22일(현지시각) ECB가 이른바 ‘바주카’ 계획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새로운 쟁점들이 도마위에 속속 오르고 있다.
◆ 연준, ECB에 발목 잡힐까재닛 옐런 연준 의장[출처:AP/뉴시스]
월가 투자가들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Fed)로 몰리고 있다. ECB의 QE 단행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탈동조화가 본격화됐고,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예상을 웃도는 ECB의 QE로 인해 연준 정책자들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FBN의 제러미 클레인 전략가는 “ECB의 부양책은 분명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정책 탈동조화가 올해보다 2016년 더욱 커다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연준 정책자들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미국 경제 회복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마이웨이’를 고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부양책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연준의 정책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ECB의 QE 역시 대단한 위협 요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당초 계획대로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해 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올해 탄탄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의 비둘기파 행보가 새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와 달러화 강세 역시 연준의 매파 행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 글로벌 환율전쟁 격화될까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유로화 약세는 중앙은행의 정책자들이 좌시하기 힘든 부분이다. 환율은 수출 경쟁력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미 번지기 시작한 환율전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투자자들 사이에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드비어 그룹의 톰 엘리어트 전략가는 “ECB의 월 600억유로 규모 QE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깃발을 올린 셈이나 다름 없다”며 “예상을 웃도는 QE는 유로화 평가절하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컨버젝스의 닉 콜라스 전략가 역시 “ECB의 행보가 이미 예측했던 것이지만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보다 극심한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 실물경기 충격 올까
ECB의 부양책 발표에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화답했다. 하지만 투자가들의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을 통해 강달러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확인된 가운데 달러화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실물경기 타격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유럽은 미국의 주요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미국 기업이 유럽 기업과 국내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로화가 추세적으로 떨어질 경우 기업의 수익성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CB의 QE가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낼 경우 일정 부분 미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출 시장의 경기 회복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바주카가 이 같은 결실을 맺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 태생적 한계 내재된 QE
유로존의 구조적 특성상 QE 역시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정확히 일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손실 분담 구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전적으로 자산을 매입해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 형태의 QE와 달리 ECB는 회원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한편 20%가량의 손실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문제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포렉스닷컴의 캐서린 브룩스 리서치 디렉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QE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은 중앙은행이 직접 자산을 매입했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른바 ‘머니 프린팅’을 동원해 문제를 진화할 것이라는 신뢰가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유로존은 돈을 찍어낼 수 없는 회원국 중앙은행이 자산을 매입하고 80%의 손실 부담을 감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