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오는 30일 채권단의 금호산업에 대한 예비입찰을 앞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박 회장의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고속 인수를 둘러싼 사모펀드(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와의 갈등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先) 금호산업, 후(後) 금호고속 인수 카드를 준비했던 박 회장 입장에선 진퇴양란에 빠진 상황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앞서 IBK투자증권-케이스톤 PEF는 오는 3월 2일까지 박회장 측에 금호고속 인수 여부를 결론지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IBK펀드는 다음달 16일 금호터미널에 금호고속 인수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금호터미널은 2주 안에 이번 제안의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박 회장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6월 초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만약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보유 중인 우선매수청구권은 소멸된다. 2012년 6월 IBK펀드가 금호고속을 인수할 당시 금호그룹과 체결한 계약서에 이런 내용의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에 이날 IBK펀드의 법적 조치 방침까지 전해지면서 박 회장의 선 금호산업, 후 금호고속 인수 카드는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다.
IBK펀드는 금호아시아나가 금호고속의 매각 절차를 방해해 경쟁입찰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재매입하지 않을 경우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PEF의 후순위 지분 1838억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금호측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PEF의 속성상 최대 이익을 목표로 하겠지만 기업가치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너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려고 욕심을 부려서 잡음이 나고 투자수익만을 목표로 계속 진행할 경우 금호고속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호고속 인수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30일 채권단을 통해 지분매각 공고가 예정된 금호산업 인수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입찰가격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자금력이다. 박 회장 소유 금호 계열사 지분은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고, 보유 현금도 많지 않은 상태다.
IB업계에선 경영권과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금호산업의 지분가격이 6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삼성그룹 등 제3세력의 인수전 참여 여하에 따라 입찰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이 부족한 박 회장 입장에선 인수 대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금호아시아나측에서 "인수 준비가 다됐다"는 입장이지만 시장과 업계에선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당연히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지만 박 회장이 채권단 제시금액을 수용하더라도 자금조달 계획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구조까지 얘기할 수 없지만 금호산업 지분 인수 대비해서 준비를 다 해놨다"며 "지금 단계에선 그 이상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 금호산업, 후 금호고속 인수 카드를 준비했던 박 회장이 예기치 않게 금호고속 난관에 부딪히면서 또 어떤 카드를 꺼내들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