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일본증시가 자산거품 시대의 시가총액을 26년 만에 갈아치우며 27일 9거래일 연속 상승장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랠리를 펼치고 있다. 과열 우려마저 지워버린 '황소장'에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다음 재료를 찾는 데 분주하다.
일본 증시의 오름세를 지지할 배경으로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꼽힌다.
에지 키노우치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과 비교해 (일본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들의 변화가 없다"며 "시장의 신진대사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절반의 축복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의 보수적 지배구조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투자를 어렵게 하는 등 기업과 증시를 경직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실례로 1989년 시가총액 1위였던 일본전신전화(NTT)는 현재 시총 3위다. NTT에서 분사한 통신업체 NTT도코모는 시총 5위다. 이 밖에 일본담배산업과 도요타자동차 등 1980년대 시총 상위에 위치했던 대기업들은 여전히 비슷한 순위에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러한 이유로 일본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가 내달부터 적용되는 일본 회사법 개정안이다.
일본 증시 상장사들은 다음달부터 독립 사외이사를 두지 않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서 도쿄증시 1부(토픽스) 상장사 1875곳 중 독립 사외이사 수가 최소 3명 이상인 기업은 151곳에 불과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토픽스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립 사외이사 수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최소 3명 이상의 독립 사외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주주환원 비율이 25%포인트(p) 높았다. 토픽스 소형주 지수는 41%p로 격차가 더욱 컸다.
메노 히로유키 다이와증권 퀀트애널리스트는 "독립 사외이사 수는 주주환원 비율이 높아짐을 의미한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부재에 따른 경영권 집중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인수합병(M&A) 등 기업이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쳐 현금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니콜라스 베네스 일본 회사임원육성기구(BDTI) 대표는 "일본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M&A 규모는 미국의 25%, 영국의 20%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서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은 국내총생산(GDP)의 40%인 1조9079억달러(2116조4556억원)다. 주요 7개국(G7)의 두 배는 물론 한국의 GDP 1조4495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IMF 연구원 치에 아오야기와 지오바이 가넬릭은 "더 나은 기업 지배구조가 일본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