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좀 더 노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수익·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Good Crisis)로 만들겠다”면서 “현재 11조원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0조원 대로 키우고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즉, ‘구조적 혁신’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성장 모델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사업구조가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며 "이익 중 60~70% 가 석유·화학인데, 석유·화학은 유가 등 외부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고 언급했다.
▲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석유ㆍ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극복 및 신성장 추진 전략을 밝혔다.<사진=SK이노베이션> |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사의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북미 기반 자원개발사업을 강화하고, 석유·화학·윤활유 등은 글로벌 제휴 확대에 적극 나선다.
정유 부문은 원유도입 다각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석유개발 부문은 생산성을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한다.
또한, 화학·윤활유 부문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프리미엄 윤활기유(Yubase++) 등과 같은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사업별 구조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신성장 모델도 구축한다.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진화한다는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수립했다.
김기태 SK E&P 사장은 "2년 전부터 북미 이전을 적극 검토, 오퍼레이션(Operation) 기능은 이미 상당부분 미국 휴스턴에 나가 있다"며 "자산관리 기능만 한국에 두고 오퍼레이션 기능은 미국으로 옮겨 가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저유가 기조로 셰일가스 업체 등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많아,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부문은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전략, 곧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설립한 중한석화(중국 우한 소재) 처럼 성공적인 합작 모델을 계속 만들기로 하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협의 중이다.
석유사업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또한,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활유 부문 역시 지난해 스페인 렙솔사와 윤활기유 합작법인(스페인 카르타헤나 소재)을 출범시킨 데 이어 추가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합작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부문의 경우 지속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차세대 셀(Cell) 기술을 확보해 안정적 생존 기반과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로 했다.
2013년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세운 전기차 배터리 회사 ‘베이징 BESK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중국 내 배터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배터리사업 포기 안 한다"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규모는 작지만, 운영효율은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기차, 현대기아차 등 확실한 수요처가 있고, 품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도 높다"며 "지금도 독일 D사와 계약 추진 중으로, 성사되면 수주 규모가 현재의 3배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또한 수익·사업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그 추진동력인 ‘사람’과 ‘조직’의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인적구조와 조직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인적구조 혁신은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 등을 제고하는 형태로, 조직구조 혁신은 내부 소통과 ‘일과 싸워 이기는 조직문화’(Winning Culture) 등을 강화하는 형태로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정철길 사장은 "최근 진행된 특별퇴직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특별퇴직이 인적구조 혁신이나 구조조정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의 희망퇴직 실시를 공식화한 바 있다.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로 1977년 이후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34년 만의 무배당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1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향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2분기에도 이익은 나겠지만, 올 하반기 마진은 상반기보다 떨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 등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으로서, 앞으로 다시 도래할 ‘겨울폭풍’에 대비해 올해가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