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채권국이 끝내 구제금융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한 데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유럽 중앙은행들이 위기 대응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두드러지면서 관련 통화로 ‘사자’가 봇물을 이루자 스위스 중앙은행이 프랑화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중앙은행이 자금 거래 통제에 나섰고, 알바니아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그리스 은행권의 예금자가 수백만에 이르는 국가가 그리스 위기의 전염을 차단하는 데 팔을 걷었다.
프랑[출처=신화/뉴시스] |
지난 주말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된 데 따라 유로화가 강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프랑화와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공격적인 매수가 집중되자 스위스 중앙은행이 프랑화 매도를 단행한 것.
유로/프랑은 1.0315프랑까지 떨어지며 프랑화가 유로화에 대해 1% 이상 급등, 4주간 최고치로 뛰었다. 프랑화는 지난해 말 이후 유로화에 대해 16%에 이르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 프랑화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필요한 경우 추가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프랑화가 가파르게 치솟을 경우 스위스 실물경제가 침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랑화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지난 7개월에 걸쳐 연율 기준 내림세를 보였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스위스 경제가 6년만에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코메르츠방크의 두 란 응위엔 외환 전략가는 “그리스 사태가 아니더라도 프랑화는 유로화에 대해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프랑화 평가절상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전했다.
유럽 동남부 지역의 중앙은행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각국에서 영업중인 그리스 은행에 예금을 보유한 국민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선 가운데 유동성 경색이 전염될 경우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중앙은행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중앙은행은 자국에 진출한 그리스 은행 지점과 모기업의 자본 흐름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나섰다.
루마니아의 그리스 은행에서 근무하는 한 트레이더는 그리스와 은행간 자금 거래가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가시화됐고, 주말 구제금융 협상 불발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세르비아의 경우 4개 그리스 은행이 전체 시장에서 15%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이다.
외환시장 움직임도 정책자들과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루마니아 레우화와 세르비아 디나르화 등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마케도니아 중앙은행의 한 정책자는 “아직 금융시장에서 커다란 혼란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대규모 현금 인출을 포함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유로존 채권을 그리스 사태와 무관하게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EU 정상회담에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유로존 채권을 장기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