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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 산 헤르메스, 11년 전 290억 먹고 튀었다

기사등록 : 2015-07-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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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전 통해 삼성물산 주가 띄운 후 출구전략 구사..개인투자자 주의 필요

[뉴스핌=김선엽 기자]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이상 사들였다고 발표하자 제2의 엘리엇이 출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덕분에 삼성정밀화학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특히 헤르메스의 법률 대리인이 삼성을 공격하고 있는 엘리엇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넥서스라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나아가 헤르메스, 엘리엇, 넥서스가 삼각편대를 이뤄 삼성그룹 전체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과거 행적을 보면 막연한 기대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년 전 헤르메스가 언론을 이용해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을 언급, 주가를 띄운 후 이틀 만에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한 바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정밀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7.36%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주식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장 중 한때 전일 대비 20.97%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에 반기를 든 상황에서 헤르메스도 삼성을 향해 공세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주가 추이. 3월 6일 헤르메스의 5% 지분 공시 이후 급등한 삼성물산 주가는 계열사 주식매각과 증자 불참 등 헤르메스의 공세가 거세질 때마다 오름세를 보이다가 12월 3일 헤르메스의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폭락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하지만 11년 전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헤르메스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먹튀 전략을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SK-소버린 사태를 겪으면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었다.

헤르메스는 이를 100% 활용했다. 지난 2004년 3월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의 지분 5%를 취득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해 공세를 시작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3.9%를 매각할 것과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5월에는 범영국계라고 할 수 있는 호주계 플레티늄 자산운용도 5.8% 에 해당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물산은 헤르메스의 요구대로 삼성카드 증자에 불참했고 9월에는 계열사인 삼성SDI가 700억원 가량의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키로 결정했다. 또 삼성물산은 11월 26일 자사주 600억원을 매입결정을 밝혔다.

삼성물산이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사이 헤르메스는 출구전략에 돌입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삼성물산을 상대로 우선주를 소각할 것을 요구했다.

이 보도가 나간 12월 1일 이후 3일 동안 삼성물산 우선주 주가는 84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42.86% 상승했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12월 3일 이미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선주 주가는 6거래일 동안 하락해 796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헤르메스는 1년여에 걸쳐 40%(290억 추정)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그해 말 금감원이 헤르메스의 행위기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나 결국 2006년 1월 31일 검찰은 헤르메스와 펀드매니저를 73억원의 벌금형에 약식기소하는데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헤르메스의 장난에 놀아난 셈이었다"고 회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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