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사업자 입찰에서 뜻밖의 고배를 마시면서,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성공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전날 실시된 알뜰주유소 4차년도 공급 입찰에서 탈락했다.
한화토탈이 입찰한 2부 시장에서 휘발유는 유찰됐고, 경유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선정됐다. 2부 시장은 한국석유공사가 유류를 사업자로부터 구입한 후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이번 입찰 실패는 한화토탈로서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삼성토탈 시절인 2012년부터 3년 연속 알뜰주유소 사업권을 따낸 바 있기에 이번 입찰 성공도 거의 자신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면서도 "곧 있을 휘발유 재입찰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화토탈의 알뜰주유소 사업권 획득 무산은 최근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 성공가도에 '옥에 티'가 될 수 있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려 한다"고 밝히며,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을 추진해왔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삼성그룹과의 '빅딜'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과 방산·화학 4개 계열사 매매 계약을 체결, 지난 4월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계열 편입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인수까지 마무리지면서 빅딜을 최종 완료했다.
삼성과의 빅딜로 한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 60여 년 한화그룹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유화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규모로 격상시켰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 편입으로 유화부문에서 매출 18조원으로, 국내 수위를 다투게 됐고,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인수로 방산부문에서는 매출이 2조7000억원에 이르러, 국내 1위로 올라섰다.
이 외에도 한화는 최근 1년 사이 한화첨단소재(옛 한화 L&C) 건자재부문 매각에서부터, 드림파마 매각,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 한화첨단소재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하이코스틱스 인수까지 승승장구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까지 거머쥐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입찰에서 떨어진 것은) 정말 의외다"면서 "이제껏 다 잘 돼 왔는데, (이번 입찰 실패가) 한화로선 꽤나 아쉬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화 측은 "그룹 차원에서 정유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유찰된 알뜰주유소 2부 시장 휘발유 공급사 입찰은 조만간 재공고를 거쳐 다시 실시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조만간 재입찰에 들어갈 것"이라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