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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희준 기자] 신한은행이 지난해 팬택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찬성했던 KDB산업은행 등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채권매수청구 1심 소송(반대매수청구권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 등이 반대매수를 청구한 신한은행의 채권을 적정가격에 매수해줘야 한다는 판결이다.
<자료=산업은행> 기타=대구, 하나, 수출입, 신보 |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데, 금융당국과 법무부, 대법원이 다른 입장을 보여 논란을 예고한 상태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국민은행도 같은 사안으로 별도의 소송을 하고 있어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 산은은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 관련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심은 지난 7월 10일 완료돼 승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 국민은행은 지난해 3월 1차 채권단회의에서 팬택의 워크아웃이 결정되자 이에 반대하고 산은(주채권은행) 등 7개 금융기관(우리, 농협, 대구, 하나, 수출입, 신보)을 상대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채권단에서 빠질 테니 채권을 매수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 기촉법(20조②항)에 따르면, 이 경우 산은 등 워크아웃 결정에 찬성했던 7개 금융기관은 반대매수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연대해 해당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
◆ 기촉법 공백...워크아웃 무산 시 반대매수청구권 효력 규정 無
문제는 현 기촉법에 반대매수청구를 받았지만, 매매가 완료되기 전 워크아웃이 좌초되는 경우에 반대매수청구권의 효력 여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중간에 워크아웃이 뒤집혔을 때 '손 털고 나겠다'는 채권자가 행사한 반대매수에 나머지 채권단이 응해야 하는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두 은행이 제기한 소송이 이 경우다. 두 은행은 팬택 워크아웃 개시 시점에서 반대매수를 청구하고 채권단에서 빠졌는데,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 반대 등의 이유로 워크아웃이 중단됐고 결국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산은 등 나머지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중단됐으니 반대매수청구권은 소멸했고 매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두 은행은 워크아웃 결과와 상관없이 반대매수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촉법상 정해진 권리인 반대매수청구권을 법리대로 인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똑같은 소송을 별개의 재판부에 신청해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기업경영개선부 관계자는 "1심을 진행 중인데 우리 건도 똑같은 판결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담당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했다"며 "같은 사건이라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두 은행의 팬택 채권액은 각각 169억원(신한), 100억원(국민)가량이다. 당시 실사보고서상 팬택의 청산가치가 30% 정도였기에 두 은행이 받아야 할 금액은 51억원과 30억원 정도다.
◆ 주식매수청구권과 닮은 반대매수청구권, 금융당국 vs 법무부·대법원 '논쟁' 예고
두 은행의 기본적인 논리는 이렇다.
기촉법상 반대매수청구권은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합병 결의 등 주총 중요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달라는 권리)과 동일한 '형성권'이기 때문에 워크아웃이 중단돼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형성권의 의미는 반대채권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즉시' 찬성채권자에게 반대채권을 매수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반면, 산은 관계자는 "비슷한 성격의 주식매수청구권도 합병이 무산되면 그 반대매수청구 권리는 없어진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워크아웃 개시 자체를 할 수 없다. 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때부터 워크아웃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워크아웃이 개시된 포스코플랜텍의 경우도 1차 협의회 때부터 채권은행들은 다른 곳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까 전전긍긍했다는 게 산은 설명이다.
이 사안은 팬택 단일 사례의 채권단 내 갈등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는 팬택 사례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기촉법 개정안(20조②항)에 워크아웃이 중간에 뒤집히면 반대매수청구권은 소급해 무효가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대법원은 반대 입장이다.
법무부는 "소급해 (반대매수청구권을) 실효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면서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대법원도 "반대매수청구권의 효력을 불안정하게 한다"며 "(효력상실 요건의) 의미도 불명확해 조건의 성취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상법의 주식매수청구권 운용 사례(합병 무산 시 효력 상실)를 그대로 차용했다"라며 "주식매수청구권은 워크아웃 추진을 전제로 해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무효가 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