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저유가 장기화로 재정난이 악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규모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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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 중앙은행은 올 연말까지 5, 7, 10년물로 구성된 국채를 매달 200억리얄(약 6조2466억원) 정도씩 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파하드 알 무바라크 사우디 통화청(SAMA) 청장은 지난달 사우디 중앙은행이 이미 40억달러 규모 현지통화 표시 국채 발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국채 발행을 재개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작년 6월 배럴당 115달러에서 이번 주 50달러 수준까지 밀리면서 배럴당 105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잡은 사우디를 포함해 주요 석유 수출국들의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유가로 인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산유량을 오히려 늘려 온 사우디는 재정지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왔다. 유가가 내리막을 보인 뒤로 사우디 통화청의 외환 보유고는 현재 6720억달러로 작년 7월 정점일 당시 7370억달러 대비 650억달러가 줄었다.
사우디의 국채 발행 계획은 저유가로 인한 재정적자 보다는 인프라 프로젝트나 공공임금 지불, 예멘과의 대치 상황 등에 필요한 정부지출 유지에 우선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월간 국채 발행 규모로는 연말까지 4000억리얄 정도로 예상되는 적자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유가 전망을 감안하면 국채 발행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지만 현지 은행들의 유동성 수준이 양호해 올해 발행될 국채 물량을 쉽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FT는 국채발행 재개로 사우디 정부가 자칫 보조금 중단 등과 같은 뼈아픈 경제 개혁을 게을리 할 것이란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