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논의가 채권단의 우호적 분위기 속에 진전을 보이면서, 주요 시한인 20일 전에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신문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비롯한 그리스 협상단이 기존 입장에서 대폭 뒤로 물러나 협상에 강경세를 보여오던 핀란드와 같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마음이 그리스 쪽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감지되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흐름으로, 홀로 남은 독일이 고도의 긴축 개혁을 중심으로 한 강경론을 끝까지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단과 그리스가 합의할 것으로 보이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그리스 정부지출 삭감과 행정 개혁,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500억유로 규모의 민영화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자비용을 제외한 재정수지 흑자폭을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 관계자들은 3차 구제금융 조기 합의가 "야심차긴 하지만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조기 합의가 더 선호되는 옵션이지만 독일의 주장대로 협상 시간을 더 넉넉히 갖기 위해 50억유로의 브릿지 론을 제공하는 방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협상 타결 기대감을 가장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그리스 측에 따르면 3차 구제금융의 큰 틀에 대한 합의는 이르면 11일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합의안이 제시되면 그리스 의회가 주 후반 승인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이후 14일에는 유로그룹 재무장관들이 만나 승인을 검토하게 되고 다음 주 독일을 필두로 기타 채권국 의회들이 내달 20일 전까지 승인 절차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이 막판 (타결) 장애물만 꺼내지 않는다면 이번 주 안으로 합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독일이 구제금융 합의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긴축 조건에 대한 그리스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아 협상 전망을 무조건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그리스의 추가 개혁을 주장하며 3년짜리 구제금융 합의를 성급히 내놓기 보다는 2~3주짜리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의 고립을 원치 않는 만큼 나머지 채권단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도 남아 있긴 하지만, 그리스 구제금융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독일 의회의 벽을 넘기가 수월하진 않을 전망이다.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참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올 연말에나 나올 예정이지만 최근 IMF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리스 내부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연금수령 연령 상향과 국영자산 민영화, 세금 인상 등 강력한 긴축 조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다 시리자당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고조되고 있어 오는 10월 총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