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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기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 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례신도시와 같은 인기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용지 입찰가격을 넉달 사이 7% 가량 올린 것.
8일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와 하남미사강변도시 등에서 아파트 용지 입찰가격은 최근 4개월새 최고 7% 인상됐다.
LH는 지난 5일 위례신도시 하남지역 3필지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필지 A3-4A와 A3-4B, A3-1은 모두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용지다. 입찰가는 ㎡당 각각 542만원, 548만9000원, 456만9000원이다. A3-4B 필지의 경우 3.3㎡당 땅값만 1646만원이다.
위례신도시 하남지역 모습. 붉은색 테두리는 이달 입찰공고 중인 3필지. 파란색 테두리는 지난 6월 공급한 필지 |
시행사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신청 예약금도 기존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였다.
옛 보금자리지구 가운데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6월 입찰된 주상복합 C2블록은 ㎡당 497만원에 분양됐다. 지난달 공고돼 입찰 중인 바로 옆 C1블록은 ㎡당 519만원이다.
두 필지는 맞닿아 있다. 용적률과 건폐율, 최고층수 등 토지 사용계획에도 기준이 동일하다. 하지만 땅 공급가격은 4개월 새 4.4% 높아졌다.
이렇다 보니 위례신도시의 인기에 편승해 LH가 입찰가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입찰가를 높여도 분양에는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위례신도시 A3-5 필지 공급에는 561개 업체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위례 땅을 입찰 받으면 분양 대박으로 이어진다는 분위기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LH 위례신도시 판매부 관계자는 “앞서 분양한 필지와 거리상 차이는 없지만 조망권과 단지 구조 등에서 6월 분양한 필지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며 “신청 예약금은 입찰가의 5% 미만에서 LH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필지별 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위례 하남지역의 땅값으론 비싸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위례 송파지역의 3.3㎡당 매맷값이 1800만원 수준이다. 이는 공사비와 부대비용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위례 땅을 보유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망권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지난 6월 분양된 필지의 입지가 이번에 선보이는 필지보다 중심상권과 가깝다는 측면에서 인상폭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지역이지만 땅 사용시기(2018년 6월)에 분양시장 분위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입찰 참여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H의 땅값 인상으로 인해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및 시행사 입장에선 한층 높아진 땅값 조성비를 분양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서다. 인상된 땅값은 주택 분양가격에 포함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LH가 공급하는 땅값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감정평가회사 두 곳의 평균값을 입찰가로 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LH는 감정평가 기관이 책정한 감정가액을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LH가 감정평가액이 낮다고 평가되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어서다. 감정평가사 입장에선 발주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에 분양되는 위례 공동주택용지는 땅값만 3.3㎡당 1600만원이 넘기 때문에 공사비, 인건비, 금융비용 등 사업비를 고려할 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3.3㎡당 분양가는 2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아지면 주변 단지의 매맷값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례 및 하남미사는 공시지가 인상률을 감안해도 입찰가가 너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며 “새로운 주택사업을 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땅값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도 어려워 난처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