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PC 시장 부진과 업계 수급 요인에 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나스닥, 종목코드 MU) 주가가 내년부터 가파르게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확대와 모바일 등 탈 PC 전략이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배경이다.
이에 더해 최근 시장 예상을 웃돈 4분기 실적과 함께 일본에 대규모 투자계획도 발표되면서, 현재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3위 마이크론이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업황 부진? 첨단제품 투자 확대로 돌파
지난해 34달러에서 거래되던 마이크론 주가는 현재 18달러까지 밀려났다. 이익의 상당 부분이 집중된 PC 판매 부진이 지속되며 실적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까닭이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된 데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너도나도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어 지난 7월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인수설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은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하면 마이크론은 스마트폰용 최첨단 반도체 메모리 양산 목적으로 향후 1년간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1000억엔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8월 마감하는 회계연도까지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도 지난해보다 4% 증가한 58억달러를 투입한다. 마이크론은 고객사 매출의 41%가 발생하는 주요 시장인 중국에도 2005년 이후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2011회계연도 1분기~2015회계연도 3분기 마이크론 투자 현황 <출처=마이크론> |
이 밖에 지난 2011회계연도 1분기부터 2015회계연도 3분기까지 마이크론이 R&D에 집행한 투자금은 52억달러, 설비투자 지출액은 116억달러에 이른다.
반도체 업계 시황 침체 국면에도 적극적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지난 2013년 파산한 일본 반도체 제조사 엘피다 메모리 인수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마이크론은 현재 D램 시장에서 세계 3위,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4위에 머물고 있다.
2015년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출처=IDC> |
마이크론의 마크 애덤스 최고경영자(CEO)는 "PC수요 약화 등 메모리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에 있다"면서도 "이 같은 시기에 설비투자는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열쇠"라고 말했다.
스탠포트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선임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주가는 바닥에 매우 근접했다"며 "실적은 저점에 도달했고 업황은 개선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 모바일·임베디드 등 탈 PC전략 성공적
최근 연이어 출시된 고성능 스마트폰과 신흥시장에서의 중저가 스마트폰 인기로 모바일 D램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호재다.
2014회계연도 4분기 이후 분기별 모바일 사업부 순매출/운영이익 추이 <출처=마이크론> |
4분기 마이크론 모바일 사업부는 순매출 9억5800만달러, 운영이익 2억6200만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 28% 늘렸다. 모바일 D램 출하량은 같은 기간 4%에서 24%로 수직 상승했다. 엘피다 인수 등 부진한 PC 시장에서 높은 성장이 전망된 모바일로 빠르게 방향을 선회한 영향이다.
투자회사 니드햄은앤컴퍼니는 "마이크론이 부진한 PC용 D램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부분은 올바른 정책이며 모바일 D램이 수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12~24개월 동안 매출총이익률이 40% 중반대로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활짝 열린 임베디드 시장도 마이크론에 기회다. 임베디드란 PC 이외의 장비에 사용되는 칩을 말한다.
2014회계연도 4분기 이후 분기별 임베디드 사업부 운영이익 추이 <출처=마이크론> |
마이크론의 임베디드 사업부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20억달러 수준이다. 4분기 매출은 4억7500만달러로 전년비 13% 증가했고, 운영익은 35% 증가한 1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운영마진은 16.2%에서 22%로 확대됐다. 마크 애덤스 CEO는 임베디드 사업부를 가장 안정적 수익 창출원으로 꼽는다.
사물인터넷(IoT) 보급 확대로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20년 연결되는 기기(connected devices)가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기준 49억개의 다섯배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최대 소비자는 기업이지만 오는 2019년에는 각국 정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 전문가들 "장기 전망 긍정적, 최대 65% 상승 여력"
이 외에도 마이크론이 올 회계연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32억달러다. 4분기 자사주 매입에 6억3800만달러를, 부채 매입에는 1억1200만달러를 집행했다. 마이크론의 어니 매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 이익 환원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2016 회계연도 자본지출 규모를 53~58억달러로 확대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신제품과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0나노미터 D램 공정 투자를 늘려 이미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는 3D 낸드 공장을 건설해 인텔과 공동 개발한 비활성메모리인 3D 크로스 포인트 양산에도 나선다.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칩은 현재 칩보다 1000배 빠르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향후 의학 연구와 비디오 게이밍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일 기준 마이크론 주가 추이 <출처=배런스/로이터> |
투자은행 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26곳이 매수를 제시했다. 매도를 제시한 곳은 1곳에 그쳤으며 7곳은 보유 의견을 나타냈다. 목표 주가는 24.73달러로 현 수준 대비 36.17%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제프리스가 목표주가로 현재보다 65% 가량 높은 30달러를 제시했다. 도이치방크는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목표주가는 기존 20달러에서 2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