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최근의 달러 강세에 대해 지나친 '쏠림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이번 달 중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쏠림이 심한(crowded)' 거래 방식으로 달러 강세를 꼽았다.
18일 현재 6대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99.611을 나타내면서 근 7개월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파리 테러 사태로 인해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로 쏠림이 나타난 데다, 이번 주 나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12월 금리인상에 힘을 실올 것이라는 전망에 한층 레벨을 높인 것이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 지표가 연이어 좋게 발표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을 강화시키고 있다.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2% 상승(계절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개월 만에 처음 상승한 것으로, 지난 9월에는 0.2% 하락한 바 있다.
물가지표 발표 후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12월 금리인상 확률을 기존 64%로 높였다. 한 달 전에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40%에도 못 미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전체 펀드 매니저들의 81%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47%로 절반에 못 미쳤으나 이제는 연내 금리인상 의견이 크게 증가했다.
또 파리 테러 후 유럽중앙은행(ECB)의 12월 추가 양적완화 기대가 높아진 데다,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 폐기로 선진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전망이 부각된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오는 12월에 통화정책 강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ECB가 12월 후 마이너스 예금금리폭 확대 등 추가 부양책을 실시한다면 달러 강세는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다만,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지금보다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샘 터크 호주뉴질랜드(ANZ)은행 선임 통화 전략가는 "의사록에서 12월 금리인상이 가능한가를 강조하는 문구가 나올 것"이라며 "달러화 가치가 소폭이라도 하락한다면 매수 세력이 다시 몰리겠지만, 지금보다 강세를 보이기를 원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분석가들은 "달러가 강세 폭을 확대할 것"이라면서도 "연준이 달러 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그 정도는 다소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달러화가 지난 6년 반 동안 두 번째로 고평가된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BAML 조사에서는 달러 매수 포지션 증가율이 4.9%로 직전월의 5.1%보다 낮아졌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원자재 관련주에 대한 매도(숏) 포지션 ▲신흥시장 주식에 대한 숏 포지션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매수(롱) 포지션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숏 포지션 등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쏠림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