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 불발로 국제유가 가격이 연일 하락하자 국내 정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악의 실적을 거둔 지난해처럼 유가폭락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68센트 떨어진 배럴당 36.79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1% 내린 배럴당 39.88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36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1.44달러 내린 배럴당 36.91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한달 사이 4.2달러나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6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배럴당 40달러대 안팎이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계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100달러대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5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실적악화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정유업계는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저유가 장기화로 원유재고 리스크를 꾸준히 관리한데다 정제마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정유업계의 재고손실 발생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유가하락 폭이 적어 손실도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수익을 나타내는 정제마진(석유제품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이익)도 크게 좋아졌다. 지난해 3~4달러에 불과했던 정제마진은 현재 8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을 5달러대로 보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완제품인 석유나 석유화학제품 소비가 크게 늘어난 점도 정유업계엔 긍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제품의 장기적인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유가 하락은 단순히 악재라고 볼 수 없다"며 "원유가격이 내려가면서 석유나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난데다 정제마진이 좋아져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도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대로 떨어질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정유사들이 직접적으로 큰 타격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내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초 40달러대에서 시작해 2분기 이란과 이라크의 생산량이 늘면서 다시 하락했다가, 하반기부터는 주요 산유국들의 수급조절로 50~6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와 이란과 이라크의 본격적인 원유수출 등이 국제유가 하락에 여전히 불안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유가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저유가 시대로 정유업계에 생산원가 절감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원유 공급 증가에 따른 유가하락은 지난 2008년 수요금감에 의한 유가하락과는 상황이 달라 내년 정유부문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