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미국 채권시장에 한파가 두드러진다.
국채 입찰 수요가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5년6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다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내년 국채와 회사채 시장이 더욱 거센 한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2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올해 2조달러 가량의 장단기 국채 발행에 입찰 수요가 2.8배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99배에 못 미치는 수치이며, 미국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외 민간 및 정부 측 미국 국채 수요 감소를 예고하는 경고음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데이비드 키블 크레디트 아그리콜 채권 전략가는 “국채 수요 둔화는 채권시장 전반에 대한 조기 경보에 해당한다”며 “내년 민간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한편 해외 중앙은행의 매입 역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미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 역시 27% 줄어들 것으로 월가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 국채 순발행 규모는 4180억달러로, 이 경우 2008년 이후 최저치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하지만 발행 감소가 국채 수익률 상승을 차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년 후 2.7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안코 리서치의 짐 비안코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시장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인민은행이 국채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한 가운데 이들이 발을 빼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수익률 상승은 이미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1.023%까지 상승해 5년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과 함께 수요 둔화로 인해 채권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여기에 유가 하락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이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국제 유가를 둘러싼 최악의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지면서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채권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메그 맥클레런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미국 채권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내년 3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크본드 시장의 투자자들은 이미 2008년과 흡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당수의 뮤추얼펀드가 정크본드 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낸 가운데 스프레드가 내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