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일파만파 소용돌이를 일으키자 이른바 증권화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금융공학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각종 파생상품과 증권을 담보로 재차, 삼차 발행된 소위 합성증권이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양산, 금융시스템을 통째로 흔들었다는 얘기다.
중국 칭다오 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
수많은 에너지 및 광산 업체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이번 상품시장 위기 역시 금융상품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원자재 업체들이 광산 및 유전 개발과 설비 증설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형태의 금융 기법이 동원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래 예상되는 매출액을 담보로 한 여신부터 복잡한 파생상품까지 다수의 창구가 원자재 업계의 ‘돈줄’로 동원됐다.
이 과정에 원자재 업체와 수요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과 금융업체들이 투자에 합류하면서 ‘판’이 필요 이상 커졌고, 중국을 필두로 한 상품 수요 둔화가 관련 업계를 강타하자 하강 기류가 더욱 극심해졌다는 주장이다.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섹터의 여신만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4~2014년 사이 이머징마켓의 기업 부채가 4조달러에서 18조달러로 급증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2008년 이후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칠레의 기업 여신은 대부분 상품 업계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됐던 이들 업계는 매출 감소와 달러화 수입 축소, 환차손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악재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내년 상품 업계의 디폴트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이견을 찾기 어렵다.
채무 원리금 상환을 위해 업체들은 생산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도 설비 가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급 조절을 단행할 수 없어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것은 원자재 업체만이 아니다. 에너지 산업이 집중된 지역의 미국 주정부는 관련 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동원했다가 궁지에 몰렸다.
뿐만 아니라 파장은 항공업계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미래 유가 하락 리스크를 헤지했던 항공 업체들은 마진콜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
금융업계의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원자재 시장의 위기가 결국 금융시장과 관련 업체들을 강타, 또 한 차례 시스템 측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티아지트 다스 파이낸셜타임즈(FT) 칼럼니스트는 “이른바 금융화가 상품업계를 위기예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각종 증권과 파생상품에 맞물린 데 따라 업체들은 공급과 수요 조절력을 상실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