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극심한 자본 유출은 중국에 제한된 사안이 아니다. 주요 이머징마켓이 국내외 자금 썰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른 통화 평가절하까지 이중 압박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가 빠져나가는 자본에 제동을 걸기 위한 묘책을 동원하고 나섰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움직임이 더욱 커다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최근 아제르바이잔은 모든 형태의 자금 해외 송금에 대해 20%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석유 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적 특성상 유가 폭락과 이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 고조되자 초강수를 둔 셈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자국 통화인 리얄의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거래를 중단시켰다. 나이지리아 역시 쌀과 이쑤시개 등 일부 상품 수입을 중단한 한편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의 외화 결제 한도를 설정했다.
이 같은 자본 규제는 유동성 유출을 막는 한편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이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유동성 규제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들의 진입을 오히려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조지 호그 스테이트 스트리트 전략가는 “신흥국 정부의 자본 규제는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며, 정책 불확실성을 높여 오히려 관련 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상품 시장의 추세적인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신흥국은 자본 썰물과 통화 하락, 부채 부담 등 삼중고를 맞았고, 단시일 안에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부양책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이머징마켓으로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홍수를 이뤘고, 구조적 변화가 전개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머징마켓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73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에서의 자본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해 평균 17.6% 급락했다.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는 여전히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고, 하락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싱왕 치안 뉴욕대학교 재무학 교수는 “이머징마켓이 단기 자금 유출에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고,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무질서한 자본 유출이 외환보유액을 고갈시키는 한편 통화 가치 붕괴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신흥국의 대응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가 자본 규제를 통해 루피화 하락에 제동을 건 한편 외환보유액을 다시 늘리고 있을 뿐 중국과 베네수엘라,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신흥국은 여전히 빠져나가는 유동성에 속수무책이다.
이머징마켓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철수 움직임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JP모간이 이머징마켓 채권 지수에서 나이지리아를 제외해고,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MSCI 프론티어 시장 지수에서 퇴출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