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서우석 기자] 이번 주 뉴욕증시의 향방은 국제유가의 흐름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 애플과 아마존닷컴 등 대기업 실적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금융시장의 흐름을 장악한 변수는 국제유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지난주에도 유가의 등락에 따라 울고 웃었다.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 투심을 안정시켰고, 주요 주가지수가 핵심 지지선(S&P500지수의 경우 1800선)에 근접하면서 보인 기술적 반등도 있었지만, 지난주 막판 이틀간 증시가 펼친 랠리는 역시 국제유가의 급반등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선물은 지난 21일에 12년 저점을 벗어나며 4% 넘게 오른 뒤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2일에는 무려 9% 이상 급등했다. 원유시장은 여전히 공급과잉에 압박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 몰아친 한파가 단기적인 수요 개선을 이끈 한편 트레이더들이 숏포지션 커버에 나서며 유가를 끌어올렸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
국제유가가 이틀간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모처럼 숨통이 트인 뉴욕증시는 올해 첫 주간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가 0.7%, S&P500 지수가 1.4%, 나스닥지수가 2.3%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증시가 바닥을 찾았다고 속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올해 증시는 랠리 때마다 단기간에 소멸되며 급격한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고, 증시의 추가 반등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시 전략가들은 시장의 지배적인 약세 전망이 오히려 '역발상 매수 신호(contrarian buy signal)'라고 주장하지만, 필드에서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아직 비관적인 전망은 최고조에 달하지 않았다며 경계감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투자자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증시의 반등세 지속 여부는 오는 26일~27일 열릴 연준의 정책회의에서 얼마만큼 온건한 통화정책 방향이 제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연준 인사들은 정책회의 개최 전 '침묵기간'에 돌입했지만, 앞서 지난 6일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올해 네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한다며 기존의 매파적 입장을 재차 고수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세에 대한 우려와 겹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연초 금융시장의 혼란을 겪은 뒤 투자자들은 올해 4번의 금리인상 전망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앞서 ECB가 시장의 진정을 위해 나선 터라 연준의 입장이 연초보다는 온건한 쪽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연준의 지난해 12월 정책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 목표치(2%) 달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추가 금리인상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한다는 데 동의한 바 있다. 이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궤도를 낮추는 신호가 나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또다른 이유다. 연준은 27일 정책성명 발표 이외 기자회견이나 경제 및 금리 전망은 따로 내놓지 않는다.
본격화된 미국 기업의 4분기 실적 발표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기업 실적은 이맘때 쯤이면 증시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촉매로 작용해 왔지만, 이번 시즌의 경우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을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치가 낮은만큼 예상외의 긍정적 결과는 시장의 우려가 너무 과했다는 안도감을 선사하며 주요지수의 반등에 일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5일 맥도날드와 핼리버튼을 시작으로 26일에는 애플·AT&T·듀폰·3M·P&G·존슨앤슨·코치·록히드마틴 등이, 27일에는 페이스북·보잉·이베이·페이팔·퀄컴·샌디스크·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또 28일에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비자·알리바바·캐터필러·포드자동차 등이, 29일에는 셰브론·마스터카드·허니웰·아메리칸항공·제록스 등이 실적 공개에 나선다.
이중 애플은 거의 10년 만에 아이폰 판매가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새해들어 주가가 크게 휘청거린바 있다. 그러나 파이퍼제프리의 진 먼스터 분석가가 실적 공개에 앞서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한 뒤 애플의 주가는 지난 22일 하루 만에 5.3% 급반등했다. 먼스터 분석가는 애플의 주가가 9월에 아이폰7을 런칭할 때까지 현 수준에서 최대 50% 상승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9일 발표될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낮은 편이다. 로이터폴에 참가한 분석가들은 3분기에 2% 성장했던 GDP가 4분기에는 0.8%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완화된 전망치에서 드러나듯 이미 4분기 경제성장 둔화가 점쳐지고 있어 깜짝 놀랄만한 수치가 아니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외 컨퍼런스보드의 1월 소비자신뢰지수(26일),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최종치·29일) 등 소비 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에 시장의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서우석 기자 (wooseok7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