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시중은행이 회수 가능성에 따라 여신 건전성을 제대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 25일부터 검사에 나선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신한, KB,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산업, 수출입, SC, 씨티 은행 및 지방은행 여신 건전성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지방은행을 빼고는 전 은행에 대해 검사에 나선다"며 "특히 STX조선 등 대기업 여신을 중점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지만 은행권 지원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발 부실 여파로 구조조정 수요 및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표 참조) 엄격한 건전성 분류와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리스크관리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은행은 여신을 적기상환 가능성 등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정상(기업대출 기준, 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의문(50% 이상), 추정손실(100%) 5단계로 분류하며, 이에 따라 충당금을 달리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은행은 충당금을 적게 쌓을 유인이 적지 않다. 충당금을 많이 쌓을 경우 은행 순이익이 줄어들고 건전성 지표(BIS비율)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여신은 규모가 커 한 기업이라도 망가지면 부실 여파가 상당하다.
실제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 STX조선에 대한 충당금만으로 4600억원 이상을 쌓으면서 4분기 2000억 적자는 물론 한해 순익이 2300억원대로 추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역시 분기 및 한해 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부분에 대한 충당금은 충분치 않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지난해 6월말 기업부문 문제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정도를 나타내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총대손충당금잔액/고정이하여신)은 108.6%로 가계(292.2%) 와 신용카드(438.3%) 부문 대비 크게 낮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0%를 상회하면 현재 문제여신에서 발생할 손실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은행경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업 부분이 다른 부분에 견줘 상대적으로는 낮다는 것이다.
개별 은행 수준에서 봐도 산은과 수은은 아직 STX조선 여신을 요주의 상태에서 ‘고정’이하로 조정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충당금을 쌓으면 은행 손익에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미리 털어버리(부실인식, 적정 충당금 적립)는 게 장기적으로는 은행에 낫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