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주가 급등락 속에 전세계 자본시장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채권 발행액이 14년래 최저치로 곤두박질 친 한편 주식 발행 역시 7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위축됐다.
시장 변동성이 기업들의 신규 채권 및 주식 발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화와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1월 전세계 채권 발행 규모가 416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 들어 주식 발행 규모 역시 217억달러에 그치면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금 조달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널뛰기를 연출하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취하면서 자본시장이 ‘슬로 모드’를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리스크 프리미엄이 크게 높아진 만큼 유리한 가격에 신규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도 기업들의 자본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시중 유동성이 국채를 포함한 안전자산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필두로 자금 조달 조건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발행 건수를 통해서도 자본시장의 마비 증세를 엿볼 수 있다. 신규 채권 발행 10%는 이른바 메가딜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AB밀러 인수에 나선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의 46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프 태넌바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시장 변동성이 높은 데다 저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정크본드 발행액은 104억달러, 총 18건으로 금융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 급락으로 정크본드는 과격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신규 발행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는 연초 채권 발행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액 역시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와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중국 감독 기관의 발행 승인 지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올들어 주식 발행 총액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중이 46%에 달했다. 반면 유럽 지역의 주식 신규 발행은 36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73% 줄어들었다. 미국 역시 61억달러로 62% 감소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기업공개(IPO)는 각각 단 한 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