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일본 개인 외환투자가를 뜻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를 접고 엔 강세 베팅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세력들 사이에서도 엔고 베팅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9일(현지시각) 일본최대 외환 마진업체 가이타메 닷컴은 1월 약 900명의 마진트레이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월간 서베이에서 달러/엔 전망 확산지수(Diffusion Index)가 31개월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2년 반 만에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들은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옵션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도 엔화 강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화옵션시장에서 엔화 추가 강세 시 이득을 얻는 옵션 비용은 2010년 이후 최대치로 올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및 대형 투기세력들의 엔화 강세 베팅도 올해 첫째 주 이후로 약세 베팅 수를 계속해서 웃돌고 있으며, 심지어 엔화 순매수 포지션은 BOJ 마이너스 결정이 내려지던 주에 2012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14엔대를 기록 중이다. 오전 한 때 114.27엔까지 밀렸던 달러/엔 환율은 한국시간 기준 오후 1시53분 현재는 114.40엔으로 0.61% 하락(엔화 강세) 중이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5.7%가 올라 G10 국가 통화 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전날 장중 기록한 114.21엔은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엔화 강세)다.
신킨자산운용 펀드매니저 가토 준은 "전 세계적으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까지는 달러 대비 엔화 상방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 한 달 추이(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 손발 묶인 BOJ, 구두개입 나설까?
마이너스 금리라는 서프라이즈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커져버린 시장 불안감에 안전자산인 엔화 인기가 치솟자 엔 약세를 도모하려 했던 BOJ는 난감한 모습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 : XINHUA/뉴시스] |
블룸버그통신은 BOJ의 다음 정책회의가 3월15일로 예정된 만큼 그 사이에는 통화정책 변경을 통한 환율 변화를 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 수석 투자전략가 하토리 다카오는 "BOJ 다음 회의가 3월이라 단기적으로는 현 상황에 대처할 수단이 없다"면서 "BOJ의 추가완화 효과보다는 시장 리스크 회피 심리가 분위기를 더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 재무상 역시 최근 일본 금융시장 급변동을 지적하며 특히 외환시장이 불안한데 "일단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율 안정을 위해 BOJ가 구두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BT인베스트먼트 채권대표 비말 고르는 "엔화 강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BOJ가 엔화 약세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달러/엔 114엔대를 점쳤던 모간스탠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엔화 강세에 구두개입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