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에서 첫 승을 거두자 주요 외신들도 결과를 관심있게 타전했다.
무엇보다 외신이 인용한 현지 전문가들도 이세돌 9단 승리의 단초가 된 78번째 수에서 인간과 AI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경기 내용을 평가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9단이 이번 승리를 계기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까지 내놓으면서, 15일 치러질 5번국 결과가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매우 흥미진진한 관전 거리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바둑기사의 대국이 열리고 있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 마련된 해설장에서 마이클 레드먼드와 크리스 갈록이 대국 해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날 영국 BBC방송은 서양인 중 유일한 바둑 9단인 마이클 레드먼드의 해설을 인용 "알파고가 대국 중반까지 게임을 잘 이끌었지만, 78번째 수에서 이세돌이 뛰어난 기량을 펼치면서 형세가 기울었다"면서 소식을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알파고가 이전 대결까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우위를 보여줬지만, 이세돌이 승리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했다"고 경기 결과를 평가했다.
외신들도 한결같이 알파고 패배 원인이 이세돌 9단의 '묘수'에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 9단이 4번국 78번째 수에서 알파고의 데이터에 없던 창의적인 수를 두자, 알파고가 응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레드먼드 9단은 "이세돌은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보는 나도 깜짝 놀랐다. 상대방(알파고)도 깜짝 놀랐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간 인디펜던트 지도 "알파고가 뜻 밖의 수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일본 오하시 히로후미 6단은 NHK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세돌의 승리를 계기로 인류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면서 "78번째 수에서 예상치 못한 수를 두자 알파고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논평했다.
이세돌 9단은 당시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수를 뒀을 때, 알파고는 마치 버그가 있는 것처럼 반응했다"면서 "이는 기계가 예상치 못한 수를 다룰 때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구글의 AI는 완벽하지 않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외신들은 이세돌이 알파고의 약점을 간파한 만큼 오는 15일 마지막 대국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바둑은 체스보다 간단하게 구성된 게임이지만, 체스는 한 지점에서 둘 수 있는 다음 수가 평균 20개 정도인 반면, 바둑은 200개가 넘는다"면서 "바둑 선수 대부분이 직관에 의존해 경기를 펼치는 만큼 누가 이길 것이라고 결정내리긴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영상>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