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의 편법적인 가격담합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마트 등 4개 대형마트의 공동행위에 대해 '심의절차종료'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심의절차종료는 불법성이 있지만 증거력이 부족해 법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 때 내리는 결정이다. 무혐의 처분은 아니지만 피심인 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공정위 심판관리관실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공동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법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 공정위 고심 끝에 사실상 무혐의 처분
하지만 이들 대형마트 3사의 위법성이 다분해 공정위가 너무 소극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은 지난 2013년 설 명절용 조미료, 통조림 등 선물세트 판매가격 정보를 납품업체들을 통해 교환하고 선물세트 가격을 책정했다.
경쟁사와 직접 가격정보를 주고받을 경우 담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편법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담합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판매가격은 같았고, 공정위 조사국도 불법성을 인정해 직권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 최고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는 지난 1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심의절차종료'를 결정하며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선물세트 가격이 상당부분 같았고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했지만 전원위원회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가격담합 대법원 판례 뒷걸음질…공정위 손발 묶어놔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대법원이 '라면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최종 무혐의 판결하면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담합행위가 더욱 은밀하고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지만, 법원이 정황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정위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담합을 하더라도 '합의서'를 작성하는 어리석은 기업은 없다. 하지만 법원은 여전히 합의서와 같은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요즘 합의서를 작성하고 담합을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합의서가 없어도 정황증거만으로도 담합이 인정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